제주4·3유족회 양윤경 회장 등 유족회 관계자들이 7일 청양군을 항의방문해 ‘송요찬 장군 선양사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4·3유족회 제공
충남 청양군이 제주4·3사건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송요찬(1918~1980) 장군에 대해 선양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주4·3유족회가 청양군을 항의 방문해 선양사업의 철회를 요청했다. 청양군은 “송요찬 장군은 청양이 낳은 큰 인물로 6·25전쟁 당시 주요 전투에서 빛나는 전공을 세우고 5·16군사반란 직후 내각 수반을 맡아 국가와 국군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며 선양 사업(생가 복원, 동상 건립, 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4·3유족회는 지난 7일 청양군청을 방문해 이석화 군수를 면담하고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송요찬 장군 선양사업’의 즉각 철회를 요청했다고 8일 밝혔다. 양윤경 4·3유족회장은 이 군수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송요찬 장군은) 제주4·3사건 당시 대규모 민간인 학살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지고 역사적 단죄를 받아야 마땅한데도 청양군청이 그를 전쟁영웅으로 칭송하며 선양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족회는 또 정부가 2003년 작성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전달하며 선양사업 철회 의사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회는 이석화 군수가 송 장군 선양사업은 관내 지역주민의 건의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으로 추진위원회의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송요찬 장군은 제주4·3사건이 일어난 해인 1948년 7월 제주도 주둔 9연대장에 임명돼 강경진압작전을 주도했다. 정부 보고서는 집단 인명피해와 관련해 중산간 마을 초토화 등의 강경작전을 폈던 9연대장(송요찬)과 2연대장(함병선)에게 1차 책임을 묻고 있다. 청양군은 지난해 11월 ‘6·25 전쟁영웅 송요찬 장군 선양사업 범군민 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었고, 이달 안에 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