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7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쇼핑몰 앞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축하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동 기자
“세계사에 기록될 촛불시민혁명입니다.”
이아무개(46·부산 북구 화명동)씨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석 달 동안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고생한 위대한 시민들의 힘으로 가능했다. 이제 진짜 새 역사를 써볼 시간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선 박 대통령의 탄핵이 당연하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연산교차로에서 만난 전아무개(32·회사원)씨는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었고 법치주의를 무시했다. 탄핵 인용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시민의 힘으로 일궈낸 쾌거다”고 말했다.
김아무개(41·회사원)씨는 “탄핵 인용이 더 빨리 결정돼야 했다. 언론의 문제 제기와 특검의 수사 결과 등 박 대통령의 비리들이 쏟아졌는데도 (박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청와대에서 버티고 있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바로 체포해야 한다. 내일 부산 촛불집회에서 기쁨을 만끽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했다. 정아무개(77)씨는 “헌법재판소가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 다른 대통령도 박 대통령보다 더한 측근 비리가 있었는데 이 정도로 탄핵 인용이 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10일 저녁 7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쇼핑몰 앞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시민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축하 떡을 나눠주고 있다. 김영동 기자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는 성명을 내어 “지난 4개월 동안 대통령이 아니었던 박근혜를 지켜보면서 광장에서 좌절과 분노를 삼켰던 국민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은 지난 4개월에 대한 보답이며 승리다”고 밝혔다.
또 부산운동본부는 “박근혜 탄핵은 변화의 시작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박근혜 탄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통용되고 쌓여 왔던 적폐들을 청산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정치를 변화시키고 잘못된 정책을 우리의 힘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부산시당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환영한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정권 교체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박 대통령의 탄핵 직후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결정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가 합법적 절차 속에 심리하고 의결한 만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갈등과 분열이 종식되어야 하며 국정공백의 사태가 하루속히 종료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흔들림 없이 시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10일 저녁 7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쇼핑몰 앞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축하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동 기자
이날 저녁 7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쇼핑몰 앞에선 시민 23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인 가운데 박 대통령의 탄핵을 축하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축하의 뜻으로 지나가는 시민에게 떡을 돌렸다. 풍물패의 축하공연도 마련됐다. 촛불집회 자유발언에 나선 정성휘(36)씨는 “헌재가 마침내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 우리 모두의 힘으로 이뤄냈다. 학생, 노동자, 경북 성주 군민, 세월호 유가족 등 모든 시민의 승리다. 바람 불면 꺼진다는 누군가의 말과 다르게 촛불은 바람을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이 땅의 모든 적폐를 청산하기까지 다시 힘을 내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촛불집회가 끝난 뒤 쥬디스태화쇼핑몰~서면교차로~엔시백화점~광무교~쥬디스태화쇼핑몰로 이어지는 거리행진을 마친 뒤 해산했다. 11일 오후 6시엔 서면 중앙대로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을 축하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연다.
부산지방경찰청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직원의 절반을 비상소집하는 ‘을호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부산에는 탄핵 반대 단체의 집회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부산의 탄핵 반대 단체 회원 700여명은 이날 새벽 3시께 버스 17대에 나눠타고 서울로 상경했다. 부산/김광수 김영동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