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민들이 10일 국립3·15민주묘지 들머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환영하는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경남 창원시민들이 “3·15기념관에 걸려있는 박근혜씨 대형사진을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직후인 10일 낮 12시께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 등 경남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은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으로 몰려가 기념관 현관에 걸려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대형 사진 철거를 요구했다. 기념관 쪽은 이날 갑자기 휴관한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문을 걸어 잠갔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끝에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문을 열었다.
김영만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 대표는 “박근혜 사진을 3·15기념관에 걸어두는 것은 3·15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며, 목숨바쳐 희생한 3·15 영령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시민들은 박근혜 사진 철거를 요구했고, 이제 탄핵까지 됐기에 더는 사진을 걸어둘 이유가 없다”며 기념관 쪽에 박 전 대통령 사진 철거를 요구했다.
정인완 국립3·15민주묘지 관리소장은 “사진 철거를 임의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국가보훈처 지시를 받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김영만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 대표가 10일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 현관에 걸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3·15기념관은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해 1960년 경남 마산(현 창원)에서 일어난 3·15민주의거를 기념하는 시설이다. 당시 시위 도중 공권력에 의해 숨진 12명이 안장된 3·15민주묘지와 함께 있으며, 2002년 국립시설로 승격됐다.
기념관 현관에 걸려 있는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어린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어린이들과 찍은 것이다. 사진에는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신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자필 글씨가 적혀 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은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 모여 헌법재판소 선고 생방송을 함께 시청했다. 이들은 탄핵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적폐청산과 새로운 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민주국가, 자신의 노력을 정당하게 대접받는 공정한 나라, 가난하고 약한 자가 보호받는 따뜻한 복지국가, 전쟁 위협 없는 평화로운 통일국가 건설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