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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지적장애 딸 숨지게 한 계모, 폭행 뒤 10시간 방치했다

등록 2017-03-15 11:43수정 2017-03-15 15:04

청주청원경찰, 딸 밀어 숨지게 한 어머니 긴급체포
“아파서 학교 못 간다” 학교 전화 뒤 10여시간 방치
경찰 “제때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갔더라면…”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께 지적장애 딸을 화장실에서 밀쳐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의붓어머니 손모(34·여)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손씨의 아파트 입구에 처진 폴리스라인. 연합뉴스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께 지적장애 딸을 화장실에서 밀쳐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의붓어머니 손모(34·여)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손씨의 아파트 입구에 처진 폴리스라인. 연합뉴스
“제때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갔더라면….”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지적장애 초등학생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숨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청주청원경찰서는 의붓어머니 ㅅ(33)씨의 폭행에 이은 방치가 ㅇ(9·초1)양을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원경찰서는 ㅇ양의 어머니 ㅅ씨가 14일 아침 7시30분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의 한 아파트 욕실에서 ㅇ양의 가슴을 밀었고, ㅇ양이 넘어지면서 욕조 테두리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 사망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ㅅ씨가 ‘등교 준비를 해야 하는데 딸이 자꾸 울고 말을 듣지 않아 오른쪽 손바닥으로 밀었다’고 진술했고,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한 병원에서 벌인 시티 촬영과 의사 검안에서도 머리 부분에서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흔적이 발견됐다.

하지만 ㅇ양은 욕조에 부딪칠 때 바로 숨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ㅅ씨가 ‘욕조에 부딪힌 뒤 딸이 방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후 몇 차례 확인했을 때도 괜찮은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사망 시점은 오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ㅅ씨는 이후 ㅇ양의 학교에 “딸이 아파서 학교에 못 간다”고 전화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뒤 ㅅ씨는 ㅇ양과 관련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다가 오후 늦게 남편 ㅇ(33)씨에게 딸의 상태를 알렸고, 귀가한 남편은 심폐소생 등을 시도하다 저녁 6시50분께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다친 딸을 10시간여 동안 방치한 셈이다.

권주혁 청원서 수사과장은 “범행 뒤 바로 숨지지 않았다. ㅅ씨가 바로 119구급대에 알리거나 병원 등에 데려갔더라면 숨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3급인 ㅇ양은 전북 익산의 할아버지 집에서 보내다 지난달에 비로소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다가 한 달 만에 숨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ㅇ씨와 ㅅ씨는 지난 2015년 12월 결혼한 뒤 ㅇ양과 떨어져 지냈다. 경찰 관계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아이를 데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떨어져 지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ㅅ씨를 이날 새벽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ㅇ양의 부검을 맡겼으며, 16일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권 수사과장은 “일단 부검 등을 통해 추가 폭행 여부를 살필 방침이다. 또 ㅅ씨가 전에도 ㅇ양을 학대·폭행했는지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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