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운데)가 20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경남도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일어서자, 경남도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도지사직 사퇴 시한을 최대한 늦춰 도지사 보궐선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궐선거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데, 이렇게 되면 경남도지사 공백 상태는 내년 6월 말까지 15개월가량 이어지게 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20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대통령선거 본선에 나가기 직전에 사표를 제출하면 보궐선거는 없다. 보궐선거는 없도록 할 것이라고 내가 한달 전부터 이야기했다. 보궐선거를 노리는 꾼들이 지금 활개를 치고, 또 그 사람들이 일부 기자들을 선동해서 보궐선거를 만들려 하는데, 괜히 헛꿈 꾸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자기 직무에 충실하라고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또 “내가 사퇴하면 자치단체장 중에서 도지사 나올 사람이 사퇴하고, 그 자리에 또 들어갈 사람이 사퇴해서 줄사퇴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쓸데없는 선거비용 수백억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내가 보건대, 경남도정은 행정부지사 체제로 가더라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보궐선거를 막으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연도에는 선거일 전 30일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는 대통령 선거일과 동시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5월9일 대통령 선거 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도 함께 치르려면, 홍 지사가 다음달 9일까지 도지사직 사퇴를 해야 한다.
4월9일까지 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이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사임을 통보해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선관위 통보 시점과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다. 게다가 4월9일은 일요일이라 경남도와 선관위가 쉬는 날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홍 지사가 사퇴 시한인 다음달 9일 밤늦게 사퇴해, 도지사 권한대행의 선관위 통보 시점을 다음날로 늦춤으로써, 자신은 대선에 출마하지만 도지사 보궐선거는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은 행정부지사가 내년 6월 말까지 경남도정을 이끌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20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지사직 사퇴를 하더라도 도지사 보궐선거를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의 불명확성을 악용한 정말로 지저분한 꼼수다.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꼼수를 버리고 즉시 사퇴하는 것이 국민과 도민, 그리고 공직선거법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동참여자치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어 “경남도민의 삶을 볼모로 한 꼼수사퇴, 상왕정치는 안된다. 홍 지사는 지금이라도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매진해 당당하게 자유한국당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남도선관위 관계자는 “다음달 9일까지 홍 지사가 사퇴하면, 당연히 그날 도지사 권한대행이 우리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 도지사 보궐선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왜 홍 지사가 그런 말을 자꾸 하는지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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