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2015년 7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출장 세일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지난해 7월22일 부산 벡스코 1전시장 2에이(A)홀에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센텀시티점은 사흘 동안 이월상품 등을 70% 이상까지 할인해 파는 ‘블랙쇼핑데이’를 열었다. 4290㎡(1300평) 규모의 행사장은 가전·가구·패션·생활용품 등 200여개의 브랜드를 싸게 사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유명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대규모 점포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영업장 바깥에서 대규모 할인판매 행사를 벌이는 것을 저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박재호 국회의원(부산 남구을)은 20일 “김영춘·김경수 의원 등 동료 의원 12명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대규모 점포와 전통시장(재래시장)이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 개설된 기업형 슈퍼마켓 등 준대규모 점포들이 허가받은 영업장 바깥에서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1년 안에 세 차례 위반하면 1개월까지의 영업정지와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박 의원 등이 개정안을 낸 것은 대규모 점포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영업장 외의 장소를 단기간 빌려서 반짝 할인판매를 하는 ‘출장 세일’에 잇따라 나서 주변 상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의원실이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동안 유명백화점들이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분석해보니 모두 15차례에 걸쳐 출장 세일 행사가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세텍과 지난해 7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롯데 블랙슈퍼쇼’를 열어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규모 출장판매 행사인 ‘더 블랙 위크’를 열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7월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국외상품 중심의 출장 세일을 했다.
유명백화점들이 연 15차례 출장 세일 가운데 5차례(33%)는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에 열렸다. 주변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달이 이틀씩 대형마트가 휴업하도록 법률을 만들어 강제하고 있는데 백화점들이 의무휴업일에 영업장 외의 장소에서 짭짤한 매출을 올린 셈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대규모 점포들이 영업장 외의 장소에서 변칙 세일을 하는 것은 대규모 점포 등록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력화하는 행위다. 영세한 소상공인을 보호해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