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재정절감과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신설 제한’
경기도의회 등 “국가책임 전가…획일적 기준 철회해야”
경기도의회 등 “국가책임 전가…획일적 기준 철회해야”
“학교를 빨리 지어주세요. ”(오산 지곶동 입주 예정자)
“학교 증축은 절대 안돼요. ”(지곶동 한 초등학교 학부모)
경기도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의 학생배치업무 담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학교 신설이 안 되면 교육대란이 생길 텐데 벌써 이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민원 폭탄’이 쏟아진 것은 내년 2월 2050가구가 입주 예정인 경기도 오산시 지곶동에 710명의 초등학생을 받을 지곶초등학교(가칭) 신설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2015∼2016년 3차례 지곶초등학교 신설을 요청했으나 교육부는 재정절감을 이유로 반려했다. 대신 인근 학교에 학생을 분산 배치하라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이유로 든다. 지곶초교 신설 논의가 이뤄진 2010년만 해도 교육부는 2천∼3천 가구의 택지개발사업 경우 초등학교 1개교 신설을 허용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 저출산 여파로 학생 감소가 현실화되자 4천∼6천가구 규모의 개발사업에 1개교를 신설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29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오산의 지곶초교처럼 학교 신설을 요청했으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교육부가 조건부 또는 재검토나 부적정 등의 이유를 달아 학교 신설을 보류한 곳이 경기도에만 49개교에 이른다.
시·군별로는 동탄2 새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화성시가 15곳으로 가장 많고 고양 7곳, 시흥 6곳, 광주 4곳, 남양주·평택 각각 3곳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지구에 ‘신설 학교 요구-보류’ 갈등이 집중되어 있다.
이들 지역에선 교육부가 획일적 잣대로 학교 신설을 억제하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할 교육비용을 학부모,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지곶초교의 경우 인근 학교로의 학생 분산 배치 방안이 또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지곶동에서 가까운 학교는 4∼5㎞ 떨어진 광성초교(학생수 900명)와 금암초교(학생수 1092명)다. 때문에 지곶동 아파트 입주 예정 주민들은 ‘원거리 통학’이라며 반대하고, 광성·금암초교 학부모는 과밀학교를 초과밀로 만드냐며 반발한다.
학교 신설 무더기 보류에 따른 교육대란이 예상되자 경기도의회 교육위는 ‘도내 학교 신설을 위한 대책 소위원회(대책소위)’를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책소위 조재훈(오산2) 위원장은 “전반적으로 학생수가 주는데 학교만 지을 수 있냐는 교육부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산배치 때 원거리 통학에 따른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고통도 있다. 학교 신설이 보류된 곳 상당수가 택지개발지구라는 현실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지난 1월 교육부에 “학교 신설과 통폐합을 연계하는 교육부 정책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만큼 획일적인 신설학교 제한 방침을 철회하고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의 학교 설립 수요는 개발지역에 한정해 판단해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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