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기자단이 학교 쪽의 일방적 910호 신문 수거에 항의하는 뜻으로 내기로 한 910호 1면 백지 기사.<청대신문> 편집국장 제공
충북 청주대가 김윤배 전 총장(현 청석학원 이사)과 관련한 기사를 보도한 대학 학보 <청대신문>을 일방 회수하자, 학생 기자단이 항의 뜻으로 1면을 백지 발행(사진)하기로 했다.
<청대신문> 기자단은 다음 달 3일 발행되는 910호 1면을 백지 기사로 보도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사전 제작한 뒤 발행·배포를 앞둔 910호 1면에서 “청대신문 909호 회수와 학교 당국과 주간 교수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합니다”라고 밝혔다.
박종혁 <청대신문> 편집국장(신문방송 3)은 “학생들의 소중한 언론을 학교 홍보지 정도로 여기는 학교의 행태가 창피하다. 편집권이 보장돼야 학교 언론이 바로 선다. 학교와 주간 교수의 사사건건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는 뜻에서 백지 기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편집국장은 “우리가 만든 신문을 학교가 다시 방해해 발행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뜻은 910호 1면이다. 학교가 다시 학생들의 언로를 막으면 학교 안팎의 모든 뜻을 모아 학교의 독단에 저항하겠다”고 덧붙였다. <청대신문>은 학생 등이 주축이 돼 제작한 뒤 한 언론사에서 외주 형태로 편집·발행되고 있다. 호 마다 7000부를 발행해 950부를 동문·기관 등에 우편 발송하고, 4000부 정도를 학교 곳곳에 배포한다. 나머지는 여유분으로 보관하다가 추가 배포하기도 한다.
학교 쪽이 <청대신문> 수거 빌미로 삼은 기사.<청대신문> 편집국장 제공
앞서 청주대 쪽은 지난 20일 발행·배포된 909호 일부를 회수했다. 학교 쪽이 신문을 회수한 것은 ‘김윤배 전 총장 항소심 공판 열려’란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설립자 후손인 김 전 총장이 교비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을 보도한 것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동문·기관 등에 홍보용으로 일부 우편 발송하고 나머지는 학교 곳곳에 비치한다. 발송 분을 빼고 학교 비치 분 일부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문은 학교 예산으로 제작하는 데 학보사가 전 총장이자 현 청석학원 이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여과 없이 게재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신문 제작 취지·목적에 맞지 않아 회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대신문>에 대한 학교 쪽의 시각이 오히려 애초 신문의 창간 정신·취지 등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대신문>은 1954년 7월 12일 ‘바르게 보고 빼어나게 생각하라’(정안수상)를 사시로 창간됐다. 청주대는 누리집에서 “공정보도와 학풍 진작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깨어있는 언론 특유의 비판 기능을 살려 대학 문화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라고 <청대신문>을 소개하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 일방적 신문 회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청주대 교수회는 성명을 내어 “대학이 신문을 수거한 것은 소위 교주인 김윤배 이사 개인을 거스르는 불경스런 기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적폐가 청산되지 않는 한 청주대는 대학다운 대학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패륜 행위는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승래 청주대 교수회장은 “청주대학교 정상화는 아직 멀었다. 학교가 아직도 설립자 후손인 전 총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태다.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청주대 총학생회장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생 손으로 만든 학생들의 언로를 학교가 일방적으로 막았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 화합·상생해야 하는 마당에 학교 스스로 정상화를 걷어찼다. 학교 안팎의 구성원과 뜻을 모아 비정상적인 학교의 행태를 바로 잡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청대신문> 주간인 한 교수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성명을 내어 학교 쪽의 일방적 신문 회수 행태를 꼬집었다. 이들은 “청주대의 신문 수거는 비상식적 행위로 과거 군사 독재 시절에나 있던 언론 통제와 다르지 않다. 대학 언론은 기관지가 아니다. 학내 언론은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엄연한 언론으로 학교가 간섭할 수 없다. 학교는 신문 수거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덧붙였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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