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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덕정 광장에서 4·3과 세월호가 만났다

등록 2017-04-02 18:56수정 2017-04-03 10:59

4·3사건 도화선 된 3·1사건 현장에서
3일 역사맞이거리굿 열려…‘순이삼촌’ 재현
2일 해원상생굿에선 세월호 희생자 함께 ‘해원’
4·3과 세월호 희생자 기리는 진혼무 ‘절절’
제주4·3 69주년을 맞아 2일 오후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민예총 주관으로 열린 4·3문화예술축전에서 역사맞이거리굿을 공연하고 있다.
제주4·3 69주년을 맞아 2일 오후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민예총 주관으로 열린 4·3문화예술축전에서 역사맞이거리굿을 공연하고 있다.
올해의 4·3 문화예술공연은 4·3과 세월호의 만남이었다. 공연팀들은 저마다 4·3을 상징하는 붉은 동백꽃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상징하는 유채꽃을 들고 나타났다. 제주시 옛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 관덕정 광장은 4·3 희생자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동백꽃과 노란 유채꽃이 흩뿌려졌다.

2일 오후 2시부터 제주민예총 4·3문화예술축전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열린 ‘역사맞이거리굿’은 4·3의 비극을 그린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4·3민중항쟁그림을 그린 화가 강요배의 ‘동백꽃 지다’를 거리굿과 극으로 형상화했다.

관덕정 광장은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로 거리행진을 구경하던 초등학생 등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이른바 ‘3·1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이 사건은 이듬해 4·3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관덕정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 날 역사맞이거리굿은 해방과 귀향, 1947 통일독립 전취하자, 1948 한라산 자락 백성들, 동백꽃 지다 등 모두 넷째 거리로 구성됐다. 해방 이후 꿈을 찾던 제주도민들이 1947년 3월1일 관덕정 광장에서 미군정 경찰의 발포로 6명이 희생된 이른바 ‘3·1사건’을 거쳐 이듬해인 1948년 ‘탄압이면 항쟁이다’라는 구호로 일어난 4·3 무장봉기, 그리고 그 뒤의 수없이 죽어간 제주도민들을 그렸다.

‘제주4·3항쟁 69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2일 전국의 노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민주노총 제주본부 주최로 열려 평화(유적지) 기행과 노동자대회, 거리행진 등을 벌였다.
‘제주4·3항쟁 69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2일 전국의 노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민주노총 제주본부 주최로 열려 평화(유적지) 기행과 노동자대회, 거리행진 등을 벌였다.
2008년부터 9년째 4·3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오키나와의 한라산회 40여명이 ‘도라지꽃’ 등의 노래를 합창했으며, 재일동포 3세 김기강씨의 노래공연 등도 진행됐다. 서울의 보결댄스라이프,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 제주작가회의 등도 무대에 섰다.

이번 문화예술축전을 기획한 최상돈 예술감독은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과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는 제주도 4·3 예술의 근간을 이룬다. 그 작품들을 후배 예술인들이 해석하고 움직이지 않는 글과 그림을 움직이게 하였다”며 “광장이 곧 민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해원상생굿과 역사맞이거리굿을 한 장소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가 70주년의 사실상 시작이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는 민주노총 주최로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4·3항쟁 69주년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려 전국의 노동자 1천여명이 행사장인 관덕정 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제주4·3 69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큰굿보존회의 집전으로 3·1사건 희생자를 포함한 4·3사건 희생자 및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화해상생굿을 벌이고 있다.
제주4·3 69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큰굿보존회의 집전으로 3·1사건 희생자를 포함한 4·3사건 희생자 및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화해상생굿을 벌이고 있다.
2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행사는 4·3 문화예술축전의 하이라이트였다. “무자년 죽은 영혼님들 70년 만에 처음으로 이 자리에 유가족들이 오라수다/2014년 4월16일 수중고혼된 영가님들/세월호도 육상에 올라오랑 목포에 닿아수다/아직까지 9명 갇힌 채 못 찾은 영가님들…”

이날 해원상생굿을 집전한 심방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3·1사건 때 희생된 오영수·양무봉·김태진·송덕윤·박재옥·허두용의 이름을 부르자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손수건을 훔쳤다. 해원상생굿은 문화예술과 전통적인 연희인 굿의 형식을 빌려 죽은 자와 죽은 땅을 위로한다.

심방이 유가족들을 불러 굿을 할 때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 이민우군의 아버지 이종철씨도 참가했다. 서순실 큰굿보존회 회장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는 어린이가 많다. 단원고 아이들과 4·3 때 죽은 많은 어린 영혼이 저승의 좋은 곳인 서천꽃밭으로 잘 가라고 굿을 올렸다”고 말했다.

제주4·3 69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춤예술원 주관으로 3·1사건 희생자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혼무를 열연하고 있다.
제주4·3 69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춤예술원 주관으로 3·1사건 희생자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혼무를 열연하고 있다.
허영선(제주4·3연구소장) 시인이 한 늙은 어머니의 제문’ 낭독은 관덕정 광장을 메운 청중들을 휘어잡았고, 제주춤예술원의 진혼무 ‘숨쉬는 기억’도 세월호 희생장 유족과 3·1사건 때 희생된 젊은 부인을 그려 진한 감동을 안겼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3·1사건은 지난해의 촛불집회와 같은 맥락이었다. 4·3의 시작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그 요구가 나왔던 장소가 바로 관덕정 광장이라는 장소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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