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주민들이 토벌대의 토벌을 피해 숨었던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어둔궤.
제주4·3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곶자왈 지역의 4·3 흔적들이 기억공간으로 재생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곶자왈연구시험림(605㏊)을 대상으로 4·3 유적분포를 조사한 결과, 복원 및 활용 가능한 유적이 다수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곶자왈 지역은 수풀이 우거지고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어서 주민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이 때문에 70여년 전 4·3 당시 주민들의 피신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도 한경면 지역 곶자왈의 궤(자그마한 동굴) 등에는 당시 피신 흔적 등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이날 공개한 곳은 선흘곶자왈에 있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목시물굴과 먼물깍 어둔궤(동굴), 한경곶자왈 지역이면서 올레코스가 지나는 곳에 있는 한경면 저지리 볏바른궤 등 3곳이다. 목시물굴은 선흘리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토벌대의 토벌을 피해 숨었던 곳으로 많은 주민이 주변에서 희생된 곳이다.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선흘리 동백동산 습지 주변 먼물깍 어둔궤에서는 현무암을 편평하게 깔았던 모습이 남아 있다. 또 볏바른궤에는 깨진 물허벅 파편과 그릇 조각, 탄피 등도 발견됐다.
곶자왈연구시험림은 산림청이 곶자왈 사유지를 사들여 국유림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시험림으로 지정한 곳이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시험림에서 생활문화유적 등도 조사하고 있는데 숯가마터와 밭을 조성했던 산전, 노루를 함정에 빠뜨려 잡았던 노루텅, 화전 등의 흔적도 발견했다.
현화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는 “곶자왈연구시험림에서 4·3 관련 유적이 다수 발견돼 원형 복원과 주위 정비를 포함해 교육 및 탐방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며 “곶자왈은 생태학적 자원은 물론 4·3과 같은 역사의 현장으로서도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굴 및 보전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글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