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ㄱ유치원은 방과후에 음악을 가르치기 위해 방과후수업 강사 전문 파견업체와 2개의 계약서를 만들었다. 유치원이 원생 1인당 1만5000원씩 파견업체에 지급하는 계약서와 실제 수업시간당 수업료를 지급하는 이면계약서였다. 원장은 실제 수업시간을 1만5000원의 70% 수준으로 짰다.
얼마 뒤 이 유치원은 100명의 한 달치 방과후 음악수업료 150만원을 파견업체의 은행계좌로 보냈다. 파견업체 대표는 이면계약서에 따라 실제 수업시간당 수업료 차액 30%에 해당하는 현금 45만원의 10%(4만5000원)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40만5000원을 봉투에 넣어 원장을 찾아가 직접 전했다. 결국 원장은 150만원을 파견업체에 지급하고는 40만5000원을 되돌려 받았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4일 부산과 경남의 유치원·어린이집 원장과 관리자 등 113명과 방과후수업 강사 전문 파견업체 대표 등 3명을 각각 업무상 횡령, 업무상 횡령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은 방과후수업 음악강사 파견업체와 짜고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958차례에 걸쳐 3억5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파견업체에 1인당 1만5000원씩 8억9000만원을 먼저 지급하고선 3억5500만원(40%)을 다시 되돌려 받은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원생 1인당 월 7만원씩의 지원금과 학부모한테서 받은 방과후수업료를 파견업체에 먼저 지급한 뒤 수업시간을 적게 배정하는 방법으로 20~40%를 되돌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5일 부산시교육청은 부산의 6개 사립유치원이 비자금 86억8000만원, 방과후수업 프로그램 불법 운영 이익금 31억6300만원 등 모두 118억원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립유치원은 방과후에 특성화 수업을 한다며 학부모들로부터 징수한 수업료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부산시교육청이 원생 1인당 월 7만원씩 지원하는 방과후수업료 가운데 일부를 특성화 수업 강사 인건비로 사용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이들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로부터 징수한 31억6300만원을 환불하도록 조처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방과후수업료를 떼먹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지도감독이 강화되어야 하며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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