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에 참석하며 직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실시 여부가 최종결정될 9일 밤 12시 ‘운명의 시각’이 바짝바짝 다가오고 있다.
이 시각까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도지사직 사퇴 사실을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면 다음달 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하지만 통보시점이 이 시각을 단 1초만 넘겨도 보궐선거는 무산된다.
홍 지사가 보궐선거 발생을 막기 위해 사퇴시한인 9일 밤늦게 도지사직을 사퇴할 것이라며 버티고 있어, 7일 현재까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실시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경남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 보궐선거 실시 여부 결정 과정 공직선거법은 ‘대통령선거의 선거일 전 30일까지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선거의 선거일에 동시 실시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은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보궐선거는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사유의 통지를 받은 날’로 못 박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궐위된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자가 당해 지방의회의장과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통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달 9일 대통령선거 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함께 하려면, 대선 30일 전인 오는 9일까지 도지사 보궐선거 실시사유가 확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홍준표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 이후 직무를 대행할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9일까지 홍 지사 사퇴 사실을 경남도의회 의장과 경남도선관위에 통지해야 한다.
사퇴 통지는 전자문서로 하기 때문에, 경남도가 도의회와 도선관위에 통지하는 것 자체는 시간이 길게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홍 지사가 9일 밤늦게 사퇴한다면, 서둘러 처리하더라도 통지 시점이 9일 밤 12시를 넘어 다음날인 10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홍 지사는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지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된다. 단 몇초 차이로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 도지사 보궐선거가 실시된다면 홍 지사가 도지사직 사퇴시한(9일 밤 12시)을 몇분이라도 남겨놓은 시점에 사퇴하고,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서둘러 도의회와 도선관위에 홍 지사 사퇴 사실을 통지한다면, 도지사 보궐선거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정영훈 도당 위원장,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공민배 전 창원시장 등 3명과 정의당의 여영국 도당 위원장 등 모두 4명이 출마선언을 한 상태이다. 박훈 변호사, 조유묵 마산·창원·진해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등 2명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보궐선거 발생을 막겠다는 홍 지사의 판단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7일 현재까지 아무도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으나, 10일 이후 출마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남도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시장·군수 등 모든 공직자는 9일까지 공직사퇴를 해야 출마할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사퇴시점을 놓쳤기 때문에, 출마선언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경남도의원이거나 전직 공직자일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후보등록은 15~16일 이틀 동안 이뤄진다. 워낙 시간이 촉박해 정당별 경선이 절차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작다. 후보검증도 사실상 불가능해 ‘깜깜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다음달 9일 선거에서 당선된 이는 다음날 취임해서 곧바로 도지사직을 수행해야 한다. 도정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보궐선거를 막겠다며 사퇴를 미룬 홍 지사의 책임이 크다.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영훈 도당 위원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왼쪽부터)가 7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 도지사 보궐선거가 무산된다면 9일 밤늦게 사퇴시한에 임박해서 홍 지사가 사퇴하거나,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홍 지사 사퇴 직후 도의회와 도선관위에 통지하지 않는다면 도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된다.
340만 경남도민의 참정권과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던 이들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것이다. 경남도청은 내년 6월30일까지 14개월20일 동안 도지사 없이 행정부지사의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5월9일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의 경남도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게다가 새 정부가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행정부지사를 교체한다면, 경남도정은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경남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도지사 보궐선거 무산을 우려해 홍 지사에게 도지사직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4일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홍 지사를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보궐선거 출마선언자들은 피선거권을 빼앗긴 것과 관련해 홍 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출마선언자 3명은 7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꼼수, 그 얄팍한 술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즉각 도지사직에서 사퇴하라”고 홍 지사에게 촉구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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