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씨가 10일 <훈민정음 혜례본 상주본> 일부를 찍은 것이라며 공개한 사진. 배익기씨 제공
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행방을 유일하게 아는 배익기(54)씨가 10일 상주본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일부 사진을 공개했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 출마한 배씨는 이날 “상주본 일부를 찍은 것”이라며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배씨가 내놓은 사진을 보면, 상주본으로 추정되는 책의 귀퉁이는 불에 탔지만 글씨는 알아볼 수 있다.
배씨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상주본 가치를 최소 1조원으로 쳐서 재산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선관위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화가 났고 내가 상주본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에 상주본 일부 사진을 공개했다. 상주본은 모두 20여 쪽이 되는데 내가 모두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창제 목적과 문자 운영법 등이 적힌 훈민정음의 한문해설서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돼 지금 서울 간송미술관에 있는 것이 첫번째 해례본인 간송본(국보 제70호)이다. 2008년 7월28일 경북 상주에서 고서적 수집상을 하는 배씨가 “집 수리를 하다가 발견했다”면서 두번째 해례본인 상주본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해 8월1일 골동품 수집상을 하는 조영훈(2012년 사망 당시 68살)씨는 “배씨가 나에게서 상주본을 훔쳐 갔다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
배익기씨의 선거 명암. 상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011년 5월13일 대법원은 이 소송에서 조용훈씨가 상주본 소유주라고 확정 판결했다. 검찰도 배씨를 절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배씨는 2012년 2월9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그해 9월7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배씨는 풀려났다. 배씨는 이후 “상주본 가치의 10분의 1만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2015년 3월26일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나 상주본이 불에 탔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배씨는 지금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의 선거 명암에는 ‘국보1호 훈민정음 지역보전’이라고 적혀있다. 선관위가 상주본을 그의 재산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배씨의 재산신고는 4800만원으로 등록돼 있다.
상주/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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