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 “최 의원 지시로 생각”
부탁한 두 관료 청와대 비서관, 차관 등 영전
부탁한 두 관료 청와대 비서관, 차관 등 영전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사무소 인턴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 청탁한 혐의와 관련해, 2015년 9월 당시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기조실장이 박철규 당시 중진공 이사장에게 ‘(국정감사나 검찰 조사 등에서) 진술을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최 의원은 기획재정부 겸 경제부총리였고, 이를 부탁한 관료들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등으로 영전했다. 박철규 전 이사장은 12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최 의원 보좌관 정아무개씨(구속) 등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최 의원 쪽에서 감사원 감사나 검찰 조사 또는 법정 진술과 관련해 어떤 부탁이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검찰조사가 임박했던 2015년 9월 기재부 제2차관과 기조실장으로부터 ‘말을 좀 잘해 줄 수 없겠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대답했다. 박 전 이사장은 또 ‘그런 부탁이 최 의원의 지시 또는 부탁이었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언급된 당시 기재부 제2차관은 2015년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기조실장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각각 옮겼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 의원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 인턴이던 황아무개씨는 2013년 6월 중진공 하반기 채용에 지원했다. 중진공 간부들이 황씨를 합격시키려고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 점수를 조작했지만, 황씨는 그해 7월31일 최종면접에서 불합격자 처리됐다. 그러자 다음날인 8월1일 중진공 이사장이던 박씨와 최 의원이 국회에서 독대했고 8월2일 발표된 중진공 합격자 명단에 황씨가 들어갔다. 이후 최 의원의 채용 청탁 의혹이 불거졌고, 검찰은 처음엔 최 의원을 무혐의처분했다가 재수사를 해서 지난 3월 최 의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안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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