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수 보궐선거에 나선 나용찬 후보와 부인 안미선씨가 12일 밤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충북 괴산이 또 무소속을 선택했다. 12일 치러진 괴산군수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나용찬(64) 후보가 승리했다. 민선 4~6기 선거에서 내리 3선을 한 임각수(70) 전 군수에 이어 무소속 후보가 4번 거푸 당선된 것이다.
애초 박빙 승부가 점쳐졌지만 표차가 꽤 났다. 선거 중반 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2위를 한 송인헌(61·자유한국당) 후보와 1%포인트차 접전을 벌였지만 실제 선거에선 나 후보가 38.46%를 득표해 30.93%에 그친 송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다. 나 후보는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여 고전하기도 했으나, 모든 선거구에서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출마한 김환동·김춘묵 후보의 득표까지 더하면 무소속 후보 3명이 56.94%를 얻어, 정당 후보 3명을 압도했다.
나 후보의 ‘임각수식 선거운동’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전 군수는 뇌물수수로 낙마하기 전까지 괴산군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무소속으로 처음 출마한 민선 4기 때 61.87%를 얻어 충북지역 단체장 최고 득표를 기록하고 5기 때 59.75%, 6기 때 49.28%를 기록해 무소속 3선 신화를 이뤘다. 임 전 군수는 선거 때마다 “저는 괴산군민당 소속입니다”란 말을 앞세우고 주민 밀착형 운동을 펼쳐 무소속 선거 운동의 교본으로 불렸다.
나 후보는 지난 민선 6기 선거 때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다가 경선에서 떨어진 뒤 ‘괴산군민’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저는 정당도 없고 오로지 군민만이 든든한 후원자였다. 괴산군민의 눈높이에서, 군민과 괴산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00자 남짓 당선 소감에서 ‘괴산군민’이란 단어를 9차례나 썼다. 임 전 군수의 ‘괴산군민당’을 떠올리게 했다.
나용찬 괴산군수와 부인 안미선씨가 13일 오전 괴산읍내에서 군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인물론의 승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성호 충북대 교수(정치학)는 “정치 불신으로 정당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면서, 지역과 군민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선거 때 경선에서 낙마한 뒤 꾸준히 지역 표밭을 다진 것도 승리 요인”이라고 밝혔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정치학)는 “괴산은 작고 보수적인 자치단체다. 과거 자민련 등 확고한 지역 정당이 무너지면서 인물을 좇는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 후보가 당선되면서 괴산군수 선거에서 ‘공무원 불패 신화’도 이어졌다. 괴산군민은 민선 1·2기 김환묵(전 괴산부군수), 3기 김문배(전 충북도청 과장), 4~6기 임각수(전 국무총리실 노근리사건지원단장)에 이어 경찰청 수사지도연구관을 지낸 나 군수까지 모두 공직에 몸담았던 후보를 군수로 뽑았다. 나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중앙부처 인맥 좋은’을 내세우는 등 공직 출신을 강조했다. 안형기 건국대 교수(행정학)는 “괴산은 산·농촌 등으로 둘러싸인 폐쇄적 공간 속에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정치권에는 무관심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될성부른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글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괴산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