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 방에서 인형을 싹쓸이해 누리꾼 사이에서 ‘경산 ㅇㅇㅇ’라는 별명까지 얻은 인형 뽑기 달인을 수사해온 경찰이 ‘처벌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대전의 한 인형 뽑기방에서 인형 200여개를 싹쓸이 한 이아무개(29)씨 등 2명을 수사해온 대전서부경찰서는 16일 “이들이 사전 준비 끝에 의도적으로 인형을 뽑아 팔려 하는 등 문제가 있지만 종합적인 검토 끝에 처벌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료할 참이다.
이씨 등은 지난 2월 5일 대전의 한 인형 뽑기방에서 인형 200여개를 뽑았으며, 다음날 인형 뽑기방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절도, 사기, 업무방해 등 다양한 혐의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두한 대전 서부서 수사과장은 “이들이 경북 경산에서 대전으로 원정 온 점, 미리 봉지를 준비하고 싹쓸이한 인형을 팔려 한 점, 기계를 손상할 정도의 방법으로 오류를 유도한 점 등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이씨 등은 “인형 뽑기를 잘하는 것도 죄가 되냐”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누리꾼 사이에서도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대학 법학과 교수, 변호사 등으로 이뤄진 법률 자문단의 조언도 받았다. 이 수사과장은 “사실상 첫 사례여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했다. 법률 자문단 사이에서도 이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해 특정 방식으로 오작동을 유도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이들 스스로 터득한 개인 기술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결국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수사과장은 “수사를 통해 얻은 사실관계, 법률 자문단의 자문, 인형 뽑기 게임 확률 검증 등을 다각도로 판단해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신종 게임인 인형 뽑기 관련 법적 기준을 만들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선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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