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가 3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차별적인 자치법규 개정에 착수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내견과의 만남' 행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전북 익산시 종합운동장 운영 조례엔 “혐오할 만한 결함이 있거나 전염병 질환이 있는 자는 입장을 거절하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원 원주복지원 설치 및 운영 조례는 이 시설을 “유랑 불구자나 64세 이하 걸인을 수용하는 곳”이라고 규정한다. 경북 김천시, 청도군, 봉화군, 경남 남해군 등 19개 시군은 복무규칙에 환경미화원 결격사유로 ‘신체적 불구자’라는 말을 적어놓고 있다. 이들은 ‘불구자’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사실에 무심했다. 충북 충주시 도시공원 등은 조례에 ‘지적장애인’이라는 말 대신 ‘정신병자’라는 말을 쓰고 있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http://www.elis.go.kr/)에서 검색하면, 지적장애인을 정신지체라고 표현한 조례, 규칙, 훈령들은 1501건에 이른다.
16일 행정자치부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와 상위법령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말들을 담은 608개 자치법규를 고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정부 차원에선 법제처가 지난 2014년 법령 일제정비로 간질, 나병, 불구자 같은 장애인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109개 법령을 고쳤지만 지방자치단체 자치법규엔 여전히 농아, 정신병자, 정신지체 같은 말이 그대로 쓰이고 있었다. ‘혐오할 만한 결함’처럼 지칭하는 대상이 막연한 자치법규 96건도 다른 말로 바꿀 것을 권고할 계획이다. 폐질등급(장애등급), 장애자(장애인), 장애인수첩(장애인등록증) 등 상위법령선 이미 고쳐졌지만 자치법규에 반영되지 않았던 말 454개도 제대로 쓰이도록 고친다.
행자부는 또 장애인 보조견은 예외로 하지 않고 동물의 동반을 일체 금지해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자치법규 146권도 이번에 정비 대상으로 올렸다. 지금까지는 서울 청계천, 칠곡군 낙동간 호국평화공원 등 84곳만 시각장애인 보조견 출입을 허용했을뿐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박물관과 휴양림, 캠핑장 등은 동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만 있었다. 사실상 시각장애인 출입을 제한하는 차별적인 자치법들이다.
이번 법령 정비때 행정자치부는 ‘장애인 웹 접근성 향상 조례’를 우수조례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서울·부산·대전·광주·전북 및 대전 동구·경북 울진군 등 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이 조례는 장애인을 위해 웹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고 품질마크의 획득의무를 부여하거나 지체·시각·청각장애인에 대한 준수사항을 정하고 있어 뜻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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