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공장에서 일하며 서울 가족에게 송금해온 중국 동포 살해
경찰 “서울 카지노서 도박으로 탕진한 뒤 자금 마련 위해 범행”
경찰 “서울 카지노서 도박으로 탕진한 뒤 자금 마련 위해 범행”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 때 알고 지낸 중국 동포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한 40대 중국 동포가 검거됐다. 숨진 중국 동포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번 돈을 가족에게 보내온 ‘기러기 아빠’였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홀로 지내던 중국 동포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등)로 중국 동포 이아무개(46)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 8일 오후 5시30분께 충주시 ㅇ(53)씨 집에서 이씨를 살해하고 돈 5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사고 있다. 이씨는 ㅇ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장롱에 주검을 숨기고 방안의 혈흔을 모두 지운 뒤 ㅇ씨의 통장을 빼앗아 달아나는 등 범행을 은폐한 혐의도 사고 있다.
이씨는 경찰에서 “카지노로 돈을 1억여원 정도 잃고 다시 카지노를 하려고 ㅇ씨에게 돈을 빌리려 했지만 빌려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인 이씨는 2009년 입국한 뒤 중국 옌지에서 온 ㅇ씨와 충남 당진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만났으며, 각각 경기 화성과 충주로 일터를 옮긴 뒤에도 틈틈이 연락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외국인 신분인 이씨는 도박에 빠져 주말마다 서울의 한 호텔 카지노를 제집 드나들 듯 했다. 이씨는 ㅇ씨를 살해하면서도 ㅇ씨 통장에 돈이 있는 것을 알고 죽어가는 ㅇ씨를 다그쳐 비밀번호를 알아냈지만,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지 못한 채 5만원만 빼앗아 달아났다.
ㅇ씨는 착실한 노동자였다. 중국에 있던 가족을 3년 전 서울에 정착하게 한 뒤 자신은 충주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취업해 홀로 살면서 생활비 등을 가족에게 꾸준히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ㅇ씨는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면서 단 한 번도 결근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한 노동자였다. 가족에게 번 돈을 송금하는 등 착실하게 살아왔는데 숨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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