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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노예 계약’ 강요하고 돈 가로챈 동창생

등록 2017-04-18 16:40수정 2017-04-18 22:28

지적장애 친구 4년 동안 학대·폭행한 30대
검찰 “사실상 노예 생활…반인류적 범죄”
피해자 박씨가 친구 송씨로부터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아 다리에 멍이 든 모습. 사진 수원지검 안산지청 제공
피해자 박씨가 친구 송씨로부터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아 다리에 멍이 든 모습. 사진 수원지검 안산지청 제공

지적장애 장애가 있어 세상 물정에 어두운 고교 동창을 4년 동안 노예처럼 부리면서 억대의 돈을 챙기고 야구방망이 등으로 수시로 폭행해온 30대 남성이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부장 김연곤)는 18일 송아무개(33)씨를 사기와 상습폭행,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2012년 7월 고교 동창인 박아무개(34)씨에게 “2800만원만 있으면 내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인수하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 뒤 치킨집을 폐업하는 2013년 3월까지 7개월간 박씨로부터 59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송씨가 실제로 치킨집을 양도하려는 계획이 아니라 세상 물정에 어두운 박씨에게 치킨집 일을 시키면서 박씨로부터 인수자금과 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을 빼앗은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능지수 79로, 고교를 졸업하고 20살부터 부모에게서 독립한 뒤 가족과의 연락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혼자 집을 얻어서 생활하다 우연히 친구인 송씨를 만났다. 박씨는 송씨의 말에 속아 자신이 지닌 현금 400만원을 비롯해 ㅎ캐피탈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5900만원을 송씨게 넘긴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송씨는 치킨집을 폐업한 뒤인 2013년 4월2일 “내가 너의 치킨집 운영을 돕느라 쓴 돈이 2000만원이 넘고 그 돈 이자까지 벌어서 갚아야 하니 내가 소개하는 거제도 조선소에 가서 일해 돈을 갚으라”는 거짓말을 한 뒤 박씨에게 노예 계약을 쓰게 하고 2016년 6월30일까지 3년2개월간 박씨로부터 8364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입수한 송씨와 박씨 사이에 작성된 노예계약서를 보면 △본인(박씨)의 채무 4천만원가량을 ㄷ조선소 입사와 동시에 받는 월급으로 갚을 것 △그 날의 일과나 특이사항, 고민 여부를 매일 전화로 모두 알릴 것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을 근무하며 평일 잔업, 토요일 특근은 절대 결근하지 않을 것 △계약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송씨가 치킨집 인수 등의 명목으로 당초 약정한 2800만원을 훨씬 초과하는 5900만원을 박씨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만큼 더는 받을 아무런 채권이 없었다”고 밝혔다.

송씨는 이 과정에서 손은 물론 빗자루와 야구방망이로 친구인 박씨를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송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자신의 치킨집에서 ‘왜 치킨을 빨리 못 튀기냐’며 매일 새벽 1~2시께 치킨집 문을 닫은 뒤 손바닥과 빗자루로 얼굴과 종아리를 상습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6년 6월께 “내가 일하는 안산의 한 유통 사무실로 나와 일을 도와달라. 안 그러면 빚 안갚은 것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박씨를 협박해 일을 시키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박씨를 때로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박씨는 검찰에서 송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1주일에 2만원 정도의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송씨의 폭행이 이어지자 지난해 6월 말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후 박씨가 자신과 연락이 끊겼던 가족과 만난 뒤 박씨의 가족이 이러한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송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검찰은 “친구의 어리숙한 점을 이용한 반인륜적 범행으로, 피해자 박씨는 상습적 폭행과 강요 행위 등으로 사실상 노예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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