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4동 마을 한가운데에 석면더미가 10년 동안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건축폐기물과 석면폐기물이 섞인 철거 잔해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마을 주민. 녹색연합 제공
서울 동작구 상도4동의 한 동네에 1급 발암 물질인 폐석면 15t가량이 10년 동안 방치돼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석면더미가 쌓인 곳은 유치원생과 초·중학생들의 통학로이자 놀이터다.
20일 환경운동 단체인 녹색연합과 지역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이 마을에 건축자재와 생활 쓰레기가 뒤섞인 ‘쓰레기 산’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상도11구역 재개발이 추진되면서부터다. 재개발조합이 기존 건축물 강제철거 때 발생한 건축폐기물을 마을 한가운데 쌓았다. 그러다 2009년 용산참사 뒤 서울시내 재개발 붐이 멈칫하는 사이 책임소재가 공중에 떴다. 재개발 폐기물을 가득 안은 도화 공원과 상도 초등학교 사이 5만9114㎡ 땅은 쓰레기 불법매립지로 바뀌어버렸다. 아이들은 이 곳을 걸어 유치원·학교를 다니고 놀이터로 삼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일부 주민은 최근까지 이곳에 텃밭을 가꾸기도 했다. 상도4동에만 유치원, 어린이집, 초·중학교가 26곳에 달하며, 만 0세에서 14세의 영유아를 비롯한 청소년이 3216명이 있다. 어린이, 청소년기에 석면에 노출될 경우 수십 년 뒤 석면 관련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강제철거가 멈춘 뒤 그대로 방치된 상도4동 마을 녹색연합제공
폐기된 건축물 사이 석면 슬레이트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 사이에서 덮개조차 없이 10년 동안 방치돼온 15톤 폐석면 더미를 발견했다. 뒤늦게 석면폐기물을 인근으로 옮겨 울타리와 표지판만 친 채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14조에선 석면 등 지정폐기물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바닥을 포장하고 지붕과 벽면을 갖춰야 하지만 지금은 비가 오면 빗물에 섞여 마을로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서울시와 동작구 관리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한 녹색연합과 주민들은 “2011년 노동부가 승인한 업체가 와서 석면처리를 했다고 밝혀서 그렇게 알고 지내왔던 주민들의 건강은 누가 보상할 것이냐”며 “이제라도 동작구가 나서서 이 지역 폐석면 오염현황을 조사하고 하루빨리 석면을 치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도4동 도시재생주민협의체의 김소영 푸른마을분과위원장은 “동작구청은 소유자가 명확하지 않아 처리 곤란하다는 답변만을 거듭하고 있다”며 자치단체의 책임떠넘기기를 비판했다. 동작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재개발과정에서 소유자와 채권단이 소송중인 사유지여서 처리가 곤란했다”고 해명하며 “늦게라도 사실을 알게 됐으니 2개월 안에 즉시 처리해줄 것은 소유자들에게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