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충북도청에서 대선후보들의 세종역 신설 백지화 뜻에 따라 정부가 세종역 설치 용역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충청권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던 KTX(고속철도) 세종역 신설 찬반 논란이 대선판에서 소멸하는 모양새다. 애초 자유한국당이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충북 제1 공약으로 정하는 등 백지화 고지를 선점하고 여타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세종역 신설 백지화 대열에 참여하면서 변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일 저녁 청주 성안길 유세에서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시도지사의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더민주 쪽은 “충북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세종역 신설을 반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문 후보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타당성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고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충북도청에서 세종역 신설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상생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질의한 KTX 세종역 신설 반대 및 상생 대안 지지요구 답변에서 “KTX 세종역 신설은 실익이 적어 바람직하지 않다. 대책위가 제시한 충청권 광역 교통망 개선을 통한 세종시와 충북도의 상생 발전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애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충북을 찾아 “용역을 본 뒤 결정하자”고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에 한발 앞서 나갔던 한국당이 오히려 머쓱해진 분위기다. 한국당은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충북 제1 공약으로 정하고 홍준표 후보의 선거 홍보 펼침막마다 ‘KTX 세종역 백지화’ 문구를 넣을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한국당 충북도당은 지난 18일 성명에서 “한국당이 KTX 세종역 신설 저지를 제1 공약으로 채택한 것은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충청권의 상생 발전과 합리적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민주당과 문 후보의 좌고우면 행태에 기가 차다”고 공격했다.
유력 후보들이 KTX 세종역 신설 여부에 대해 백지화 쪽으로 가닥을 잡자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 충북 대책위는 21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29일 열기로 한 세종역 반대 대규모 집회를 취소하고, 대책위 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두영 KTX 세종역 백지화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등 유력 대선후보들이 효용성이 떨어지고, 국론분열, 지역 갈등이 뻔한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한 입장을 백지화 쪽으로 정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KTX 세종역 신설 용역을 완전히 폐기하고,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역 문제는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세종 지역구 이해찬 의원이 역 신설 공약을 한 데 이어 이춘희 세종시장까지 세종역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세종역 신설 타당성 조사에 나서면서 충북 쪽 시민사회단체 등이 대책위를 꾸리는 등 반대해왔다. 충남도 의회를 중심으로 고속철도 기능 저하, 지역 갈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대선 국면에서는 후보들이 충북을 찾을 때마다 세종역 신설 찬반을 질의하는 등 지역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