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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지방분권 개헌’ 한목소리…구체성 약해 실천 의문

등록 2017-04-25 23:08수정 2017-04-26 01:40

문 “연방제 버금가는 분권 추진”
안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명시”
심 “2020년까지 사무이양·재정분권”
고유사무 40%로 확대엔 모두 공감

전문가 “추진할 행정기관 언급 없어
중앙-지방 대등한 협력체계 구성을”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주요 개헌 방향중 하나로 지방분권을 내걸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날 출석하진 않았지만 공약에 ‘분권형 대통령제’와 ‘지방분권적 개헌’을 명시했다. 문 후보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공화국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라고 바꿔 부를 것을 제안했다. 주요 대선 후보 5명 모두가 ‘혁명적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하는 상황이다.

■‘지방분권 국가’ 헌법에 명시하나? 과거 ‘실질적 지방분권’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애초 1587개 중앙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516개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2122개 이양대상 사무를 발굴했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단 1건도 이양하지 않았다. 자치조직권(지방자치단체가 활동에 필요한 행정기구 설치와 정원 책정 권한), 입법권 강화와 자치경찰제 도입 등 지방분권 핵심 과제들은 집권 뒤엔 아예 배제되거나 논의에 그쳤다. 다음 대통령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재원을 자발적으로 지방정부에 나눠주도록 하기 위해선 후보자에게 ‘혁명적 지방분권 공약’을 떠받칠 구체적 공약이 있는지를 살펴야 할 이유다.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등 전국의 시민단체들은 오랫동안 지방정부 역할을 제한하고 자치조직권을 무력화하는 헌법 117조와 118조를 개정하고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다”라는 문구를 넣을 것을 주장해왔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맥락에서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을 명시하겠다고 했고 문재인 후보는 입법·행정·재정·복지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고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2018년까지 헌법·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2020년까지 사무 이양과 자치경찰제 시행, 2020년까지 재정분권 등 아예 일정까지 못박고 나섰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한겨레> 대선 자문단 위원들은 심상정 후보의 지방분권 공약에 대해 구체적이라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지방자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할 땐 지방과 협의를 의무화하고 중앙-지방 협력회의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후보 5명 모두 지방 업무 중 자치단체 고유 사무 비율을 40%까지 늘리고 일괄이양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는 지방단체 일 중 국가 위임사무가 70~80%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사무이양 건수를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지방과 중앙이 대등한 협력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시·도지사들이 참여하는 자치국무회의안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번 대선에선 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목수리가 어느때보다 뜨겁다. 사진은 지난 12일에 부산에서 열린 '지방분권 대선 공약 채택 촉구' 기자회견 모습.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번 대선에선 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목수리가 어느때보다 뜨겁다. 사진은 지난 12일에 부산에서 열린 '지방분권 대선 공약 채택 촉구' 기자회견 모습.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가장 늦게 만들어진 자치발전위 박근혜 정부는 지방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두고 제도 개편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방발전위가 권한없는 제안 기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5명의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학계와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중앙정부 차원의 입법 혹은 행정 권한을 가진 지방분권특별위 설치를 공약한 후보는 없다. 박재율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은 “지방분권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집행력이 있는 행정기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지방분권 공약들의 실행 여부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선 모든 후보가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나왔던 안을 재탕한 것으로 구체적 계획이 거의 없다”며 “지방분권이 권력 배분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후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5명의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지방분권 기구를 선거운동 기간에 출범시켰다. 문재인 후보는 김두관 의원에게 공동선대위원장 겸 자치분권균형발전위원장을 맡겼다. 문 후보가 계승한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지방분권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지만, 동시에 지방분권이 균형발전 정책에 밀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균형발전은 중앙 주도, 분권은 지방 자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끔 두 정책이 충돌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자치분권·균형발전’ 위원회는 참여정부 경험과 반성을 담은 기구다.

지난 20일 안철수 캠프는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지방분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형기 교수는 아직 당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권한 이양의 핵심은 지방정부의 재정·입법·조직 권한을 보장하는 것인데, 지방정부의 조례보다 상위인 자치법을 개정되는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지방분권을 중시하는 개헌을 하겠다는 후보자 입장과도 맞아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은 “대선을 2주 남긴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두 대선 주자의 지방분권 공약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지방자치가 가장 뒤로 밀려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하며 “이제라도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특정 부처에 귀속되지 않는 권한을 가진 지방분권위원회 설치 계획을 내놓을 것”을 각 캠프에 제안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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