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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예규에 버젓이 ‘블랙리스트 배제’ 조항

등록 2017-04-26 16:24수정 2017-04-26 18:00

“불법시위 참여하거나 처벌받은 단체 지원 제외” 명시
이명박 정부 때 촛불시위 참여 단체에 지원 배제 목적
서울시 인권위, 박 시장에 “행자부에 삭제 요청” 권고
“최근 3년 이내에 불법 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와, 구성원이 소속 단체 명의로 불법 시위에 적극 참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단체는 지방보조금 지원에서 제외한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새누리당은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을 배제하기 위해 단독으로 처리한 ‘2009년도 예산안 심사보고서’에 이런 부대의견을 넣었다. 그 결과, 촛불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이 무더기로 지방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시작이다.

이 차별적인 지침이 현재도 행정자치부 예규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서울의 한 인권단체 지원 사업을 검토하다 아직도 이 조항이 지방자치단체들의 보조금 심사 때 기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행정자치부에 관련 규정을 삭제하라고 요청할 것을 서울시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인권위가 삭제를 요청한 조항은 ‘지방보조금 관리 기준’ 중 ‘지원 제외 대상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운영 기준’ 3번째 항목이다. 서울시 등 지방정부들은 시민단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할 때 행자부 예규에 따라야 한다.

이 조항은 2009년 앞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인서 쓰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받지 못한 한국여성의전화가 여성부장관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이긴 뒤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2012년 7월 행자부가 수립한 ‘2013년 예산편성 운영기준과 기금운영 수립기준’에도 같은 항목이 들어 있고, 2015년 1월1일엔 아예 행자부 예규로 자리잡았다. 행자부의 한 담당 공무관은 “예규로 만들어지기 전엔 보조금 정산을 심의할 때의 지침으로 존재했다”고 말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의 촛불시위 이후 이 조항이 계속 적용돼온 것이다.

최영애 서울시 인권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막을 뿐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이 다른 사람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시작”이라며 “시민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시장에게 개선을 권고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이 조항뿐 아니라 다른 조항까지 폭넓게 기준 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자체들 의견을 들은 뒤 6~7월께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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