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검증] 제주특별자치도
권한 강화 위한 ‘헌법적 지위 확보’ 한목소리
기초자치단체 부활 의견은 같은 듯 다른 듯
문 “주민이 결정할 문제” 심 “부활 필요” 안 “공감대 형성 시 지원”
홍 “제도 개선 필요” 유 “재정지원 확대 등 국가 차원 보장”
권한 강화 위한 ‘헌법적 지위 확보’ 한목소리
기초자치단체 부활 의견은 같은 듯 다른 듯
문 “주민이 결정할 문제” 심 “부활 필요” 안 “공감대 형성 시 지원”
홍 “제도 개선 필요” 유 “재정지원 확대 등 국가 차원 보장”
제주도는 지난 2006년 7월 4개 시·군을 통·폐합해 2개 행정시로 개편하고,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등 단일 광역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로 전환했다. 자치분권의 시범모델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지방분권에 관심이 많았던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제주를 방문해 “제주 스스로 자기 발전 방향을 추슬러 나가면 제 임기 안에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제주특별자치도’는 성공했을까.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을 5차례 개정하면서 4537건의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받는 등 성과와 함께 한계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성과에 대해 제주도는 “조세, 재정 등 핵심 권한 이양은 저조하다. 고도의 자치권 확보를 통한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헌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더불어민주당 제주특위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동으로 연 토론회에서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는 잘못된 만남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전략 및 실험장 등 대담한 구상에도 불구하고 개발주의 도구로 이용됐다”고 비판하며 “자치분권, 지속가능한 발전의 근본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지사의 권한은 민선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전에 견줘 훨씬 비대해졌지만, 분권에 대한 의지는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지사들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거나 정부의 국책사업 밀어붙이기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의 시험무대가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얼마나 많은 곶자왈과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졌나. 도지사들이 개발에 관심을 둔 반면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의 권한 강화를 위해 이번 대선을 계기로 ‘헌법적 지위 확보’에 관심을 쏟지만 시민단체들은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선 주요 후보들은 중앙정부의 권한 대폭 이양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후보들은 대부분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권 확대를 선거 펼침막에 내걸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의견은 조금씩 다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갖고 자치분권 시범도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을 개정하겠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 추진과 제주특별자치도 면세특례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특히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 참여가 확대되고 자기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며 “시장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에 자치조직권 특례규정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는 “고도의 자치권 이양을 위한 특별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제주도가 기초자치권 회복에 대해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면 지원하겠다. 중앙정부 권한 이양에 따른 소요비용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면세특례제도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공감대 형성 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제주특별법 제1조에 명시된 ‘고도의 자치권’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제주에서 실현되지 못해 도민 스스로 선택권에도 한계가 있다”며 “입법결정권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특례인정 및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치재정권 확보를 위해 조세, 재정 등 핵심 권한이 이양돼야 한다.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필요하다”고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지역 형평성 논리에 막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면세특례제도 확대, 재정지원 확대 등 특별자치도에 걸맞은 핵심 특례들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주요 후보들은 제주특별법의 근거를 헌법에 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문제에 모두 찬성하거나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광역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한겨레> 대선 자문단인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모든 후보가 전국적으로 자치분권에 적극적 의지가 있어서 차기 정부는 누가 되든 지방분권형 나라가 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에 모든 후보가 찬성했지만, 지역 형평성 논리 등에 밀려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보와 주민 생활권 보장 등을 위해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이번 대선 이후 예전의 4개 시·군 체제나 읍·면·동장 직선제 도입 등 기초자치단체의 형태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고, 도민들이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도는 2006년 7월 4개 시·군을 통폐합해 2개 행정시로 개편하는 등 제주특별자치도로 전환해 지방분권의 시험무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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