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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좌파 집권땐 전쟁” 홍준표에 20~50대 “요새 그런 말 누가 믿나”

등록 2017-05-04 17:30수정 2017-05-04 18:10

[르포] 부산 민심은 어디로
홍 후보, 3일 부산 남포동서 ‘색깔론’ 공세
60~70대는 ‘홍준표’ 연호 박수쳤지만…
20~50대 유권자는 고개 갸웃

문재인 후보 쪽, 골목유세로 숨은표 찾기
안철수·유승민 후보도 표밭 다지기 바빠
3일 오후 부산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시민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3일 오후 부산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시민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좌파가 집권하면 한·미동맹이 깨지고 미군이 사드를 철수하고 북한을 폭격합니다.”

지난 3일 오후 5시께 부산 중구 남포동의 비프광장(부산국제영화제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거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는 주먹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그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칼빈슨호(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좌파가 대통령이 되면 전쟁이 발발한다고 하자 60~70대들은 박수를 치면서 ‘홍준표’를 연호했다. 반면 20~50대들은 대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50대 후반의 남성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전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색깔론은 선거 때마다 써먹던 것인데 이제 그런 말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홍 후보는 또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보도한 신문·방송사를 ‘찌라시’라고 하고 종합편성채널(종편) 2곳을 폐쇄하겠다고도 했다. 부산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국회의원·지방선거에 출마한 비한나라당·비새누리당 후보들이 고전할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잘못됐다”며 언론을 성토했던 것과 닮았다.

홍 후보가 이날 부산에서 전쟁발발론까지 들고 나온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한테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막판 뒤집기를 하려면 1990년 3당 합당 뒤 대구·경북과 함께 중요 선거 때마다 보수 후보에게 승리를 안겼던 부산에서 반드시 1위로 올라서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1~2일 조사에선 홍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문 후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부산·울산·경남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묵인 또는 주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폭락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도가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에서도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3일 부산 서면교차로 앞의 문재인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3일 부산 서면교차로 앞의 문재인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긴장하는 문재인·안철수 캠프 같은날 부산 서면교차로 5번 출구 앞 문재인 후보 부산 선거사무실엔 휴일을 맞아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사무실 벽엔 ‘사무실에 표 없다. 가자 골목으로’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출범한 골목유세단에 합류해서 투표참가를 촉구했다. 변아무개(73)씨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절에 갔다가 골목유세단에 합류하려고 문 후보 캠프 사무실에 왔다. 3년 전 부산시장 선거에서 오거돈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계속 이기고 있다가 막판에 역전을 당했는데 이번에도 문재인 후보가 역전당할까 봐 걱정돼서 나왔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오씨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의 서병수 부산시장과 맞붙어 선거 초·중반까지 여론조사에서 10~20%포인트 앞서다가 막판에 역전을 허용해 1.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위해 출마하지 않았다.

3일 오후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문재인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3일 오후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문재인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도 오후 2시 이곳에서 회의를 열며 홍 후보의 상승세를 경계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당 대표와 공동 중앙선대위원장들은 회의를 마치고 오후 3시께부터 서면 부전시장에서 유세를 펼쳤다.

부산선대위는 애초 문 후보의 부산 지지율 목표를 60%로 잡았지만 사실상 50%대로 낮췄다. 5자 구도인 데다 홍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적극 투표층은 50%에 진입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 상임선대위원장은 “부산은 삼중고가 있다. 대구·경북과 같은 지형이고 안철수 후보의 본거지며 홍준표 후보의 영향이 미친다”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말했다. 그는 골목유세장으로 이동하면서 기자에게 “부산은 숨어있는 보수표가 많고 5자 구도여서 솔직히 50%대도 버겁다고 생각한다. 부산의 숨어있는 보수표는 10~15%는 된다고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3일 오후 부산역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3일 오후 부산역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부산 캠프는 문재인·홍준표 후보에 견줘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열세이지만 홍 후보한테 역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날 오후 6시께 부산역 앞에 유세차량을 세워두고 선거운동원들이 “기호 3번”을 외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딸은 남포동을 돌며 “우리 아빠를 지켜주세요”라며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해 힘들어진 유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의당은 부산시민공원·남포동 등지에서 심상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헷갈리는 옛 새누리당 지지층 “형님. 이번에도 새누리당 찍어야제.”, “그게 무슨 말이고. 자유한국당을 찍어야제.”. 오후 3시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 들머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70대 남성 두 명은 언성을 높였다. 자유한국당을 찍겠다는 70대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기 때문에 홍 후보를 찍기로 한다”는 논리를 폈다.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다는 70대는 “박 대통령이 만든 당이 새누리당이니까 새누리당을 찍어야죠”라고 되받았다. 두 사람은 홍 후보의 당선 전망에도 의견이 달랐다.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다는 70대 남성은 “젊은 사람들이 홍 후보를 많이 싫어하고 보수 후보들은 여러 명이 나왔으니까 홍 후보는 힘들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홍 후보를 찍겠다는 70대는 “홍 후보가 막판에 역전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3일 오후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가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있다.
3일 오후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가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있다.
두 사람 앞에 팔도시장에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나타났다. 잠시 뒤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가 유세차량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배신자들이 모인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며 탈당했다. 이런 배신자들을 받아주려는 자유한국당도 배신자다. 배신자들을 모두 심판하자”고 외쳤다. 논쟁을 벌이던 70대의 두 사람은 “20여년 동안 새누리당과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왔는데 이번처럼 헷갈리는 선거는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수영구는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선거 때마다 옛 새누리당 지지표가 많이 쏟아졌던 곳의 하나다. 부산시의원과 부산 수영구청장을 지낸 3선의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다. 오는 9일 팔도시장 상인들은 누구를 선택할까?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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