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 유세현장에서 유 후보 지지자들이 4번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두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율이 매우 높았던 대구가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선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보수 후보 등 대구의 ‘정치적 진공상태’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4∼5일 치러진 제19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대구의 투표율은 22.28%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전국 평균 투표율(26.06%) 보다는 3.78%포인트 작다. 대구가 지난 제18대 대선과 제17대 대선에서 전국 평균보다 4%포인트 정도 투표율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대구는 그동안 여야 후보가 맞붙는 대선에서는 매우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2012년 치러진 제18대 대선에서 대구의 투표율은 79.7%로 전국에서 광주(80.4%) 다음으로 높았다. 전국 평균(75.8%) 보다는 3.9%포인트가 높다. 2007년 치러진 제17대 대선에서도 대구(66.8%)는 경북(68.5%)과 전북(67.2%) 다음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63.0%) 보다는 3.8%포인트가 컸다.
반면 대구는 특별한 경쟁 없이 보수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는 늘 투표율이 전국 최하위였다. 지난해 치러진 20대 총선(전국 평균 58.0%)에서 대구 투표율은 54.8%로 전국 꼴찌였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전국 평균 54.2%)에서는 52.3%를 기록해, 인천(51.4%) 다음으로 낮았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대구의 투표율은 각각 52.3%(전국 평균 56.8%)와 45.9%(전국 평균 54.5%)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는 그동안 자기가 투표하는 보수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를 실현하고자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서 (양강 후보가 맞붙은) 대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선거구 내에서 보수 쪽의 후보가 충분히 앞서 나가기 때문에, 자신의 투표가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되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낮은 현상을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대구의 사전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은 그동안 자신들이 지지한 보수 후보군 중에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대구의 보수층은 아직 찍을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한 두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대구 보수층의 위기감이 커져서 마지막에 지역의 투표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다른 지역에 견줘 그렇게 높은 투표율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