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에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3당 합당 뒤 27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의 대다수 선거구에서도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의 19대 대통령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은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13곳에서 2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이겼다.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은 격차를 벌리며 승리한 곳은 강서구다. 문 대통령이 44.9%를 얻어 27.3%를 득표한 홍 후보를 17.6%나 앞섰다. 강서구에 녹산공단의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새로 지은 아파트에 젊은층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홍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두 번째로 큰 곳은 기장군이다. 무소속의 오규석 군수가 있는 이곳은 정관새도시에 50대 이하가 많이 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할 정도로 열세를 보였던 수영·금정·동래구에서도 3.3~4.6%포인트 차이로 홍 후보를 이겼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옮긴 4선의 조경태 의원 지역구 사하구에서도 문 대통령이 8.1%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탄핵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싸고 도는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반발하며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던 국회의원 5명의 지역구에서도 문 대통령의 득표율이 홍 후보보다 높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6.7~8%에 그쳤다.
김무성 의원의 영도구에선 문 대통령이 홍 후보를 6.1%포인트 앞섰다. 하태경 의원의 해운대구와 김세연 의원의 금정구에선 문 대통령이 홍 후보를 각각 7.9%포인트, 3.5%포인트 앞섰다.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가 지난 2일 바른정당을 다시 탈당하며 홍 후보를 지지했던 장제원 의원의 사상구에선 문 대통령이 홍 후보를 10.2%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장 의원과 같은날 바른정당을 탈당했던 이진복 의원의 동래구에선 문 대통령이 홍 후보를 4.6%포인트 앞섰다.
홍 후보가 승리한 곳은 중·서·동구다.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심판하는 성격인데도 홍 후보가 2.58~4.45%포인트 앞섰다. 이들 3곳은 부산의 산 중턱에 난 도로(산복도로)를 따라 해방 뒤 귀국한 동포와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됐다. 1990년대부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빠져나가면서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60대 이상이 주민등록인구의 34~36%를 차지한다. 부산진·동래·남·북·해운대·금정구 등은 20%대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지역별 득표율은 연령대 등과도 관련이 있지만 지역 조직의 탄탄함과도 연동돼 있다. 지역위원장과 당원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한 곳이 아무래도 득표율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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