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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빠진 보도블록 공사, 걸어다니기 겁난다

등록 2017-05-15 16:34수정 2017-05-15 21:32

청주시 공사 현장 가보니
17곳 공사 마치고 7곳 진행형
보행도로 사라져 등하굣길 위험
좁아진 차도로 차량 질주해 아찔
자전거 타고 가다 넘어져 다치기도
안전도우미커녕 안전표지판 없어
시 “필요하지만 인력·예산 부족”
15일 청주시 사천동 덕성그린아파트 앞 보도블록 공사 현장. 보도가 아예 사라지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공사장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하고 자전거를 탄 시민은 아예 차도를 달려야 한다. 오윤주 기자
15일 청주시 사천동 덕성그린아파트 앞 보도블록 공사 현장. 보도가 아예 사라지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공사장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하고 자전거를 탄 시민은 아예 차도를 달려야 한다. 오윤주 기자
정아무개씨는 남편 병간호를 위해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청주 성화동에서 한국병원에 간다. 집에서 수곡동 옛 법원 앞, 꽃다리 등을 거쳐 5㎞ 정도를 달린다. 그는 지난달 21일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졌다. 보도블록 공사를 위해 파헤쳐 놓은 보도에 걸려 나뒹굴었다. 몸과 자전거를 일으키면서 화가 났다. “누가 선거 때 아니랄까 봐 이렇게 다 뜯어내고 공사질이야.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왼쪽 팔목·발뒤꿈치 등이 아팠지만 남편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거동조차 할 수 없는 남편 병간호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며칠을 보냈다. 왼손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일단 깁스를 하고, 손은 쓰지 말고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정씨는 자신의 아픈 몸을 뒤로하고 남편을 병간호하고 있다. “최소한의 안전조처를 하지 않아 시민이 다쳤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네요. 시를 상대로 소송할까 생각 중입니다.”

정씨의 말처럼 지금 청주 시내 곳곳에선 도로·보도 공사가 한창이다. 청주시는 올해 24곳에서 보도블록 공사를 할 계획이다. 17곳은 공사를 마쳤고, 7곳은 공사 중이다. 조종구 청주시 도로안전관리팀 주무관은 “대개 보도블록 공사는 1~2월에 실시 설계하고 3~4월께 착공한다. 공교롭게 선거가 겹쳐서 그렇지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청주시 사천동 덕성그린아파트 앞 보도블록 공사 현장. 보도가 아예 사라지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공사장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한다. 오윤주 기자
지난 1일 청주시 사천동 덕성그린아파트 앞 보도블록 공사 현장. 보도가 아예 사라지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공사장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한다. 오윤주 기자
청주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보도블록 공사 현장을 찾았다. 15일 아침 청원구 사천동 덕성그린아파트 앞, 보도공사가 한창이다. 한 달 내내 도로를 넓히고 보도를 새로 시공하고 있다. 한쪽 보도는 아예 사라졌다. 학생들은 공사장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주변 새터초로 등교한다. 통행을 유도하는 안전 도우미는커녕 안전 표지판조차 없다. ‘공사 중 전방 50m’라는 공사 안내판만 있다. 보도를 헤집어 놓은데다 흙더미가 길을 막아 일부 구간에선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 자전거 또한 차도를 오간다. 좁은 차도로 아찔하게 차가 지나간다. 자녀의 등교를 도우러 나온 한 학부모는 “보도가 사라져 조마조마하다. 우회로나 통행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보행자나 아이들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 공사 위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사천동 덕천교 앞은 보도공사를 마쳤지만 도로와 보도 경계 곳곳이 움푹 패어 있다. 보행자는 물론 차도 위험하다. 자칫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장치라곤 주변에 놓인 러버콘 몇 개가 전부다.

청주시 봉명동 봉명초 주변 보도블록 공사 현장 도로에 방치된 부서진 보도블록. 오윤주 기자
청주시 봉명동 봉명초 주변 보도블록 공사 현장 도로에 방치된 부서진 보도블록. 오윤주 기자
이날 오후 청주 흥덕구 봉명초 주변도 보도블록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지난달부터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구간은 공사가 끝났지만 보도와 길 곳곳에 부서진 보도블록이 그대로 쌓여 있다. 공사 구간 바닥 곳곳은 군데군데 움푹 패어 있지만 ‘공사 중’이라는 팻말만 있을 뿐 어디에도 안전조처는 없다. 학생·시민 등이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15일 보도블록 공사가 한창인 청주시 봉명동의 보도를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움푹움푹 파인데다 도로 표지판 등이 널려 있어 위험천만이다. 오윤주 기자
15일 보도블록 공사가 한창인 청주시 봉명동의 보도를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움푹움푹 파인데다 도로 표지판 등이 널려 있어 위험천만이다. 오윤주 기자
지난달 청원구 시영네거리~옛 청주문화방송 앞, 흥덕구 봉명초 주변 보도도 공사중이었으나 바닥에 먼지 날림 방지용 천만 깔았을 뿐 안전조처는 하지 않았다.

‘보도블록 십계명’을 만들고 보행자 중심의 공사를 하는 서울시는 다르다. 청주 곳곳의 보도블록 공사장은 사람이 알아서 공사를 피해야 하지만, 서울은 ‘인도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기준 아래 공사를 한다. 서울시는 모든 보도블록 공사 현장에는 임시 보행로를 확보하고, 반드시 보행 안전 도우미를 배치해야 한다. 10~30m 공사 현장에는 하루 1명, 30m 이상은 2명씩 보행 안전 도우미를 배치해야 한다. 보행 안전 도우미 직무교육을 마친 이들 도우미는 공사 시작과 끝 지점에 각각 배치돼 공사 사실을 알리고 어린이·노약자 등 시민의 통행을 돕는다. 또 공사 현장 주변엔 반드시 임시 보행로, 안전 펜스 등을 설치해야 한다. 장성규 서울시 보도팀장은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도우미를 배치하고 있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청주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인력·예산 부족을 든다. 조종구 주무관은 “보도블록 공사 전 시공사 쪽에서 교통량, 현장 여건 등을 고려해 안전 통행 유도원을 두거나 공사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보행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서울시처럼 보행 도우미, 임시 통행로 등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인력·예산 등이 충분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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