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일손 부족 해결 등을 위해 입국한 다문화가정 국외 노동자들이 17일 오후 충북 영동군청에서 노동법·인권 교육을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영동군청 제공
부엌 부지깽이도 일을 거든다는 농번기다. 일손이 부족한 충북 농촌에선 다문화 가정의 국외 친척을 초청해 일을 하게 하는 ‘계절노동’이 번지고 있다.
17일 오후 충북 영동군청 소회의실에선 국외 노동자 14명의 눈이 반짝였다. 이들은 결혼 이주로 영동에 뿌리를 내린 다문화 가정의 국외 친척들이다. 베트남에서 온 트란歸팅(49)은 영동에 시집와 이름까지 바꾸고 정착한 동생 윤지영씨의 초청으로 아내와 함께 지난 15일 입국했다. 지난 16일 인도네시아에서 온 수시야티(49)·엘마사리(47) 자매는 영동 추풍령으로 시집온 동생 까시넘이 초청했다.
농번기 일손 부족 해결 등을 위해 입국한 다문화가정 국외 노동자들이 17일 오후 영동군청에서 노동법·인권 교육을 받고 있다.영동군청 제공
이들은 오는 8월 초까지 90일 동안 사돈댁 과수원 등에서 일할 참이다. 이들은 법무부가 농촌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도입한 ‘농업 분야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에 따라 단기 취업(90일) 형태로 입국했다. 대부분 농가에 배치돼 최저임금(시급 6470원) 이상의 임금을 받고 일하며, 자치단체에선 귀국 항공료 등을 지원한다.
이웃 보은에도 이달 초 베트남에서 15명이 입국해 일을 하고 있다. 보은은 지난해 상반기(12명)·하반기(18명) 등 30명을 초청한 데 이어 올핸 다음달 25명이 추가 입국하는 등 초청 노동자를 40명으로 늘릴 참이다. 윤일수 보은군 친환경농산과 주무관은 “다문화 가정의 가족이어서 친화도가 높고, 또 일을 성실하게 해 농가에서 인기가 높다. 다문화 가정 정착과 일손 부족 해결 등 여러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전국에서 처음 계절노동자를 초청한 괴산군도 해마다 이들을 통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있다.
노동계는 인권, 노동법 사각지대를 우려한다.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대외협력부장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지만 국외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이 우려된다. 관련 규제와 관리·감독 시스템이 먼저 구축된 뒤 노동자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주 영동군 친환경농업팀장은 “애초 계약한 농장에서 일해야 하지만 미리 승인받으면 다른 농장에서도 일할 수 있게 조처할 계획이다. 일손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인권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노동·휴식 시간 준수, 적정 임금 지급 등을 꼼꼼하게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