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오윤주 기자
충북 보은에 외롭지 않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 청주, 제천 등 전국에 세워진 대부분의 소녀상은 소녀 옆에 의자가 놓인 모습이다. 하지만 보은은 살아있는 ‘평화의 소녀’ 이옥선(87) 할머니를 새긴 조형물도 함께 전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열 네살 때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이후 중국에 머물다 2000년 귀국한 그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을 돌며 위안부의 참상을 알려왔으며, 영화 <귀향>의 실재 인물로 지금 보은에 살고 있다.
보은군 사회단체협의회는 오는 10월 보은 대추축제 때 보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오는 19일 보은지역 사회단체 200여곳이 참여하는 ‘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꾸릴 참이다. 앞서 지난달 초께부터 보은지역 시민 등을 대상으로 소녀상 건립 모금 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6100여만원을 모았다. 최윤식(61) 보은군 사회단체협의회장은 “보은은 위안부 피해의 상징인 이옥선 할머니가 살아있는 곳이어서 더 뜻있다. 소녀상 옆에 이 할머니의 모습을 새긴 조형물을 함께 세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2010년 기초생활수급금과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 등을 모은 장학금 2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보은 평화의 소녀상 위치는 뱃들공원과 속리산 조각공원이 유력하다. 최 회장은 “뱃들공원은 보은군민이 가장 많이, 쉽게 접근하는 시민의 공간이고, 조각공원은 보은의 상징인 속리산 입구여서 관광객도 많다. 토론을 거쳐 위치를 정할 계획이다. 위안부 관련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진상규명 등을 담은 하원 결의안 채택을 끌어낸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 등도 제막식 때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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