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점 재활용품을 활용해 예술-흉물 논란을 일으킨 서울로7017 설치작품 ‘슈즈트리’ 서울시 제공
서울로7017 개장이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로 7017에서 서울역 광장까지 설치된 ‘슈즈트리’(신발나무)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슈즈트리는 높이 17m, 너비 10m, 길이 100m 규모로 설치되는 미술 작품이다. 한 달 전부터 3만 켤레의 신발과 폐타이어 등을 하나로 엮어 거대한 더미를 이룬 모습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흉물스럽다”거나 “넝마·쓰레기더미 같다”는 흑평들이 쏟아졌다.
이렇게 논란이 커지자 이 작품을 설치하고 있는 황지해 작가는 17일 서울시청에서 작품 설명회를 열었다. 황 작가는 “지금까지는 지지대에 신발을 엮는 기본 작업 중이었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대중에게 노출되고 비판을 받게 돼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목욕하다가 들킨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치 중인 작품을 두고 예술인지, 흉물인지 이야기할 수는 없다. 작가가 어떤 마음을 담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그 결과가 정말 그렇게 흉한지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완성된 슈즈트리 조감도는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가 재활용품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밤에는 신발 등 재활용품에 수천개의 작은 불이 켜진다. ‘슈즈트리’는 1억4000만원 정도로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운반과 지지대 설치에 돈이 들어갔다. 신발과 타이어 등은 모두 버려진 것을 재활용했고, 작가는 돈을 받지 않고 재능기부로 작업에 참여했다.
황지해 작가가 공개한 서울로7017 낮과 밤 조감도 모습 서울시 제공
황 작가는 또 “저는 원래 정원작가, 환경작가여서 처음에는 꽃과 나무만으로 하려고 했지만, 버려야 했던 서울역 고가가 서울로7017로 태어나는 과정에 영감을 얻어 이 곳에 어울리는 구조물을 구상했다. 우리가 버린 신발, 폐기처분한 자동차 부품 같은 것들이 새로운 가치를 얻어 예술품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영국에서 우수한 정원예술가에게 주는 ‘첼시 플라워쇼’ 회장상과 금메달을 여러 차례 받았던 그는 “2011년 영국에서 ‘해우소’라는 주제로 설치미술을 했을 땐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의 어머니가 제 작품을 ‘토일렛’(변소)라고 부르며 비판했지만, 막상 쇼가 시작되자 많은 칭찬을 들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평가는 개장 뒤 방문한 시민들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전시 기간은 5월20~28일 사이 9일뿐이다.
한편, 서울시는 20일 개장을 앞두고 서울로7017 주변을 축제 분위기로 채울 다양한 행사들을 공개했다. 오전 10시 전면 개방을 시작으로, 공중공원에선 통기타, 전자바이올린, 해금 연주와 인디밴드 공연 등 다양한 버스킹(거리공연)이 열린다. 개장식을 30분 앞둔 오후 7시30분부터는 고가에선 유러피안 재즈트리오의 공연과 함께 서울로7017에 1천개의 조명이 켜진다. 밤 8시 만리동광장에선 50여명의 ‘서울로7017 시민합창단’의 공연으로 공식 개장식이 열린다. 21일엔 2천명이 고가 공원을 천천히 지나가는 ‘서울로7017’ 개통기념 ‘거북이마라톤’ 대회가, 만리동광장에선 시민경연 프로그램 ‘더 드러머’가 열린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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