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공원 만들라”고 기부했더니 주차장 짓겠다는 안양시

등록 2017-05-17 17:21수정 2017-05-17 17:35

안양시, 공원 파헤쳐 211면 지하주차장 추진
2008년에도 주차장 추진하다 기부자 반대로 중단
시 “전통시장과 도심 주차난 해소 위한 조처”
시민단체 “기증자 뜻 무시한 공원 파괴 안돼”
2003년 7월 당시 삼덕제지 전재준 회장이 자신이 운영한 공장의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을 위해 기증한 공장 터에 2009년 조성된 삼덕공원 전경. 안양시는 최근 전통시장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이 공원 일부에 지하주차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안양시 제공
2003년 7월 당시 삼덕제지 전재준 회장이 자신이 운영한 공장의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을 위해 기증한 공장 터에 2009년 조성된 삼덕공원 전경. 안양시는 최근 전통시장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이 공원 일부에 지하주차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안양시 제공

“공장 땅은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03년 7월11일 당시 삼덕제지㈜(현 삼정펄프) 전재준(당시 80살) 회장은 경기도 안양시청을 찾아 이처럼 말한 뒤,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782-19 공장 터 1만6천8㎡를 기증했다. 금싸라기 땅인 이 곳은 당시 시가 300억원을 웃돌았다. 그는 “공장 가동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 만큼 보상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는 2년 동안 공원 조성을 미루다 2008년 갑자기 공원 부지 아래에 620대의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지하주차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회장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결정이었다.

이에 전 회장은 “순수 녹지 공간을 만들어 주민에게 기증하려 했던 것이었다”며 팔순의 몸으로 주차장 건설 반대 서명 운동에 나섰고, 안양시는 주차장 건설 계획을 포기했다. 이후 안양시는 2009년 4월 전 회장의 뜻에 따라 녹지로 꾸민 ‘삼덕공원’을 만들어 개장했고, 전 회장은 이를 본 뒤 2010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시는 최근 삼덕공원 인근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 민원이 잇따른다는 이유로 삼덕공원의 지하 주차장 건설을 다시 추진 중이다. 시는 지난 2월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주차환경 개선 공모 사업을 통해 국비 78억원을 확보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사업비 130억원의 20%인 26억원을 도비로 확보하기 위한 경기도와의 협의도 시작했다. 시는 공원 면적의 22%에 해당하는 4375㎡에 211면의 지하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양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삼덕공원의 지하주차장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삼덕공원은 터 기증자의 뜻에 따라 온전한 녹지공원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양시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처”라며 맞서고 있다.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양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삼덕공원의 지하주차장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삼덕공원은 터 기증자의 뜻에 따라 온전한 녹지공원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양시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처”라며 맞서고 있다.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제공

이에 대해 안양지역시민연대회의 등 20개 시민·사회단체는 “시가 녹지 공원을 희망한 기증자의 뜻을 다시 무시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가뜩이나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 주차장을 만들어 자동차를 불러들이는 것은 바른 정책이 아니다. 중앙시장 인근 부지에 주차빌딩을 세우는 대안도 있는데도,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온전한 녹지공원을 파헤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통시장과 삼덕공원 일대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어서 시민 편의를 위해 써달라는 기부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또 주차장 규모도 2008년 계획보다 크게 줄어 문제 될 것이 없다. 현재 기증자의 유족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삼덕공원은 현재 14만 그루의 크고 작은 수목과 산책로 등으로 조성돼 있으며, 바닥분수, 연못 등이 중앙광장에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안양시는 2014년부터 11월3일을 ‘기부의 날’로 정해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날은 고 전 회장의 기부한 땅의 소유권 이전일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