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앞서 미리 헌화하기 위해 노 대통령 묘역에 길게 줄을 선 참배객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하루 종일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의 연속이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이 5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추도식 때 참석한 규모의 2배를 넘었다.
추도식은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했는데, 봉하마을 입구 주차장은 오전 10시30분께 이미 꽉 찼다. 노무현재단과 경찰은 예년보다 많은 추모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해 마을 입구에 3000면 규모 주차장을 준비하고, 주변 이면도로와 농경지까지 주차장으로 마련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봉하마을 주변 도로엔 아침부터 차량들이 끝을 알 수 없는 줄을 이뤘다.
임시주차장이 설치된 김해공설운동장과 봉하마을 사이를 셔틀버스가 쉼 없이 다니며 추모객을 실어날랐지만, 이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한 추모객들의 줄이 수백m에 이르렀고, 줄을 서서 2시간 이상 기다려야 겨우 ‘콩나물시루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추도식이 끝난 뒤 상당수 추모객들은 셔틀버스를 포기하고, 지나가는 차량에 손을 흔들어 ‘히치하이킹’을 해야 했다.
봉하마을 안 노무현 대통령 묘역도 아침부터 참배객들의 줄이 이어졌다. 추도식 뒤 이어진 공식참배에는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참배객들은 추도식에 앞서 미리 참배했는데, 이 역시 수십m 이상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노무현재단이 제공하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 봉하마을 안 친환경쌀방앗간 마당에 길게 줄을 선 참배객들.
노무현재단은 추모객들을 위해 봉하마을 안 친환경쌀방앗간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점심 도시락 2000개를 나눠줬다. 하지만 도시락 줄은 오전 10시께 이미 구불구불 수백m에 이르렀다. 봉하마을 안 모든 화장실 앞에도 추모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아침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왔다는 이정숙(52)씨는 “해마다 빠지지 않고 노 대통령 추도식에 왔는데, 올해는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추도식이 아니라 축제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김수명(49)씨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되살아난 기분이다. 노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책감을 조금은 씻은 것 같다”고 했다.
김해/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