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줄기찬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산 요구에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26일 오후 2시 제주시 설문대할망 여성문화센터에서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용 지하수 증산 신청에 대한 재심의를 벌인다. 이는 지난달 20일 한국공항이 “대한항공 기내용 먹는 샘물 ‘제주퓨어워터’의 하루치 취수량을 100t에서 150t으로 늘려달라”며 신청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와 관련해 자료 보완 등을 이유로 심의를 유보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한국공항은 제주퓨어워터 생산량의 70% 이상을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공급하는데, 하루 100t으로는 연평균 8~9%가 꾸준히 증가하는 항공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며 증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당시 지하수관리위는 한국공항 쪽의 항공수요 예측에 따른 증빙자료 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하수관리위가 자료를 보완 제출한 한국항공의 요구를 들어줄지 관심을 끈다. 제주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5일 성명을 내고 “제주도 지하수관리위가 한진그룹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요구에 대해 심의유보를 결정한 지 한 달 만에 재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지하수 증산을 불허할 것을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한진그룹은 자사의 항공수요를 충족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증산이 부득이하다고 말하지만 제주도개발공사의 먹는 샘물 ‘제주 삼다수’를 이용하라는 도민사회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연대회의는 한진그룹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반대 이유가 ‘취수량’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한진은 한달 1500t 증량은 지하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핵심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의 이익 실현 수단으로 지하수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상 지하수 ‘공수화’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에 증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특별법에는 “제주도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의 자원으로 도지사가 관리해야 한다”며 ‘공수화’ 개념을 도입하고 있고, 제주도가 설립한 제주개발공사 외에는 먹는 샘물의 제조·판매를 금지한다. 하지만 제주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를 받은 회사(한국공항)는 부칙에 근거해 기득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공항 쪽은 “회사 쪽의 먹는 샘물 사업도 제주특별법에 따른 것으로, 지하수 공공관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삼다수를 사용하라는 주장은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유지돼야 하는 서비스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시도는 이번이 5번째다. 한국공항은 2011년 하루 100t에서 300t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지만 제주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증산을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지하수관리위원회가 증산을 거부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