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3천여명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탁자 250개에 앉아 미세먼지 해법을 집단지성으로 찾는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를 하고 있다. 온라인 지원과 자치구 추천 등을 통해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미세먼지 해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7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에 참석해, 서울 지역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는 서울 지역만이라도 ‘시민 참여형 자동차 2부제’ 등 서울형 비상저감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차량 2부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2부제가 시행될 때는 지하철, 버스 등 서울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해 시민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시 차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면) 하루에 약 36억원이 손해다. 지난해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단계가 7번 있었으니까 서울시가 250억원의 적자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돈보다 사람의 가치가 휠씬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6월1일 ‘서울형 비상저감 조치’를 상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다.
그동안 차량 2부제 도입을 주장해온 환경·시민단체들은 서울시 발표를 반겼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높은 날 일시적으로 실시하는 차량 2부제인데다가, 차량 규제정책 없이 교통비 절감 같은 유인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2014년 3월부터 대기오염이 심각한 날엔 전기차를 제외한 개인 차량 절반의 도심 진입을 막는 프랑스 파리의 2부제 정책과 유사하다. 파리시는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는 동시에 2부제를 어긴 차량에 대해서는 벌금 25유로를 부과해왔다. 도심 진입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영국 런던과 자동차 등록 대수를 정해 규제하는 중국 베이징 등은 도심 교통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외국과 달리 서울시는 외곽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대중교통 무료’는 이런 상황에서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서울시의 고육책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개인 처지에서 보면 하루 대중교통 요금 4천~5천원을 아끼는 셈인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2부제에 해당하는 차량들은 도심 4대문 안 통행을 막는 정도까지는 해야 한다”며 규제 없는 차량 2부제의 실효성을 우려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이번 서울시 안은 수도권 출퇴근 차량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련한 1단계 정책이며 장기적으론 자발보다는 강제, 비상조치보다는 일상조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미선 서울시 대기관리과장은 “서울시도 단기적으로 뛰어난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서울시가 하루치 대중교통 요금 수입을 포기할 만큼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선제적 조치가 없이는 중앙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시민 대토론회 자리를 빌려 ‘참여형 차량 2부제’를 발표한 것은 중앙정부 압박인 동시에 시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시민 대토론회에 참가한 3천명이 벌인 현장투표에선 80.1%가 2부제 도입을 찬성했고, 7%가 반대했다. 4대문 안 공해차량 운행 제한에는 79.3%가 찬성 의견, 6.5%가 반대 의견을 냈다.
차량 2부제 참여율이 높다면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16년 초미세먼지 오염원의 배출원별·지역별 기여도 연구를 보면, 미세먼지에서 수도권이 원인이 된 경우는 34%고 그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국외 영향이 55%여서 2부제 효과가 제한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최예용 소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차량 2부제를 실시했더니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 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든 사례가 보고됐으며 국내의 경우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차량 2부제를 실시했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 어린이 천식환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난 통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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