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창단 33돌’ 공연 부산 극단새벽 변현주씨
“선배~ 하늘에서 저를 응원해 주세요.” 새달 1일부터 개막하는 1인 연극 <어머니 날 낳으시고…>의 주인공을 맡은 부산 극단새벽의 배우 변현주(47·사진)씨는 “존경하는 선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잘했으면 좋겠다. 선배가 내 연기를 지켜보고 하늘에서 흐뭇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씨는 “10년 전 돌아가신 선배가 <어머니 날 낳으시고…>를 연기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선배가 함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일 ‘어머니 날 낳으시고…’ 개막
‘43살 요절’ 윤명숙 단원 10주기
“선배도 하늘에서 응원해주겠죠” 1984년 ‘민주화 열망’ 모아 창단
정부·자본 벗어난 ‘독립문화’ 표방
내년 ‘효로인디아트홀’ 개관 목표
<어머니 날 낳으시고…>는 변씨의 선배였던 배우 윤명숙씨가 1996년 처음 연기했다. 윤씨는 홀로 무대에 올라 9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했다. 중간에 무대 뒤로 사라져 옷을 갈아입고 다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겉옷을 갈아입거나 소품을 바꿔가며 9명을 동시에 연기했다. 1명의 배우가 9명의 대사를 하는 1인 9역의 연극을 본 국제연극평가단은 그해 12월 윤씨한테 ‘올해의 좋은 연극상’을 수여했다. 1997년 공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 1인 연극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윤씨는 아시아문예센터 설립과 연극전문 소극장 마련을 위해 2000~2001년에도 <어머니 날 낳으시고…>를 공연하는 등 20여년 동안 지역연극 부흥에 앞장섰다. 2005년 그가 육아휴직을 떠나면서 96년 입단한 후배 변씨가 <어머니 날 낳으시고…>의 주인공 바통을 이어받았다. 변씨는 윤씨가 2007년 말기 암 선고를 받고 투병을 시작하자 선배의 쾌유를 빌며 무대에 다시 올라 혼신의 힘을 다해 1인 9역을 연기했다. 연기를 하면서 선배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공연이 장기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중간중간 선배가 입원 중인 병원을 방문했어요.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선배가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면서 엄지를 들어 보이셨어요. 잘하라고 격려해 주신 것이지요. 벌써 10년이 됐네요.”
변씨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윤씨는 그해 결국 운명했다. 향년 43, 요절이었다. 단원들은 윤씨가 <어머니 날 낳으시고…>를 공연했던 무대에 고인을 안치하고 장례를 치렀다.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예술을 추구했던 윤씨의 정신을 이어가자고 다짐했다.
극단새벽은 84년 불평등한 사회구조 개선과 민주화를 열망하는 40여명이 창단했다. 국비나 시비 같은 정부 지원이나 거대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낮은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독립문화’를 내걸었다. 촌철살인의 대사로 인권 유린을 비판했다. 군사정권이 물러난 뒤에는 노동자·여성·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작품을 많이 올렸다.
하지만 그동안 독립 극단은 거대한 파도를 여러차례 넘어야 했다. 관객 감소로 갈수록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임대료가 치솟아 10여차례 건물을 옮겨 다니며 소극장을 운영하다 2012년 5월 끝내 상설 공연장을 접어야 했다. 단원들은 전문 극장을 빌려 공연을 이어갔으나 임대료 부담이 여전했다. 지난해부터 25억원을 들여 부산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 2번 출구 근처에 지하 1층, 지상 6층의 독립연극전문공간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름은 ‘효로인디아트홀’로 지었다. 효로(아침이슬)는 고 윤명숙씨의 호다.
효로인디아트홀은 올 3월 완공하기로 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내년으로 미뤘다. 대신 관객을 다시 만나기 위해 지난 4월 부산도시철도 2호선 민락역 2번 출구 앞에 소극장을 마련했다. 단원과 시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현재 절차를 밟고 있다.
7월1일까지 매주 목·금요일 저녁 8시와 토요일 오후 5시 부산도시철도 2호선 민락역 2번 출구 앞의 극단새벽 민락동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영란과 정란)의 회고를 통해 아들을 얻지 못해 가부장적 제도 아래 억눌려 살다 간 어머니의 거친 삶과 70년대 달동네 사람들과 철거민, 80년대 노동자들의 삶을 여성의 시각에서 그려낸다.
윤씨를 떠나보낸 지 10년 만이다. 극단새벽 관계자는 “상설 독립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윤명숙 배우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예술이 지역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51)245-5919.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연극 ‘어머니 날 낳으시고...’ 주인공으로 2005년, 2007~2009년 이어 다섯번째 1인9역에 도전하는 극단새벽 배우 변현주씨.
‘43살 요절’ 윤명숙 단원 10주기
“선배도 하늘에서 응원해주겠죠” 1984년 ‘민주화 열망’ 모아 창단
정부·자본 벗어난 ‘독립문화’ 표방
내년 ‘효로인디아트홀’ 개관 목표
‘어머니 날 낳으시고...’ 첫번째 주연 배우였던 고 윤명숙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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