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돌고래 수족관과 공연장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세계 각국에서 돌고래 수족관 운영과 돌고래 쇼를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돌고래 수족관과 공연장 건설이 추진돼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경실련·부산환경운동연합·동물자유연대·부산생명의숲 등 11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30일 부산시청 정문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골드시코리아인베스트먼트는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안 돌고래 수족관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부산도시공사는 재협상에 나서라. 부산 기장군은 돌고래 수족관 건설 신청이 들어오면 반려하라”고 요구했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팀장은 “세계가 비인간적이고 비생태적인 고래 전시와 공연을 중단하고 있는데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거꾸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골드시코리아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7월 부산도시공사가 2019년까지 조성 예정인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시랑리 366만㎡(110만평) 규모의 동부산관광단지 안 3만9천여㎡(1만1800평) 터를 137억원에 사들였다. 해양수족관과 돌고래 생태체험관, 호텔을 갖춘 아쿠아월드를 짓는 게 목표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쪽은 골드시코리아인베스트먼트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아쿠아리움 안에 돌고래 수족관과 공연장을 설치할 것으로 본다. 이 회사 대표가 경남 거제시 일운면의 ‘돌고래 체험파크’ 거제씨월드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거제씨월드에서는 사육 중이던 돌고래 20마리 가운데 6마리가 2015년 이후 잇따라 폐사했다.
이흥만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상임대표는 “돌고래가 넓은 대양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놀아야 하는데, 잡아서 좁은 수족관에 넣어 인간의 이기심으로 쇼를 하게 하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비판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아쿠아리움 안에 수족관과 공연장이 들어설 것인지는 사업자가 결정할 일이지만 돌고래 혹사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사업자한테 전달했다. 이미 터를 넘겼기 때문에 공사는 간섭할 권한이 없고 시설 허가권자인 기장군이 판단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거제씨월드 관계자는 “골드씨코리아인베스트먼트의 입장을 밝힐 만한 사람이 국내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엔 돌고래 수족관이 8곳이 있는데, 7곳에서 돌고래 공연과 쇼를 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울산 남구 장생포의 고래생태체험관이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닷새 만에 폐사하면서 논란이 됐다.
국내에선 2013년 3월 대법원이 제주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돌고래 쇼에 동원된 돌고래를 몰수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013년 7월 서울대공원의 제돌이 등 세 마리에 이어 2015년 7월 서울대공원의 두 마리가 잇따라 제주도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대공원 수족관에 남아 있던 돌고래 세 마리 가운데 제주도가 고향인 남방큰돌고래 두 마리를 7월에 제주도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 두 마리는 현재 제주도 앞바다 가두리에서 야생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돌고래 수족관 사육과 돌고래 쇼를 중단하는 나라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고래류 쇼장인 미국 씨월드는 지난해 범고래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들어선 프랑스가 고래류 수족관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연합 13개 회원국과 영국, 스위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인도 등도 고래류 수족관 사육과 공연을 금지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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