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타도! 호헌 철폐!”. 1987년 6월18일 부산 서면교차로 등에서 수업과 기말시험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온 대학생과 시민들이 푹푹 찌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구호를 외쳤다. 경찰과 백골단(특수진압대)이 최루탄을 쏘고 곤봉으로 마구 때렸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시위대가 범내골~좌천동~부산역을 지나 남포동에 도착했다. 어느덧 시위대는 왕복 8차로(구덕로)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어났다. 경찰은 진압을 포기했다. 남포동 도로는 해방구가 됐다.
30년 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타도를 외쳤던 함성을 기억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다짐하는 행사가 부산에서 열린다. 6월 민주항쟁 30년 부산사업추진위원회는 “오는 10일 오후 6시 부산 중구 광복로 시티스폿(옛 미화당백화점 앞)에서 ‘민주주의 심장! 다시 뛰는 부산! 6월 민주항쟁 30년 부산 기념식과 문화제’를 연다”고 31일 밝혔다. 광복로는 6월 민주항쟁 때 서면교차로와 함께 시위 인파가 가장 많이 모인 곳이다. 주최 쪽은 1987년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이곳에서 30돌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6월 민주항쟁 29돌 기념식에서 출연진이 공연하고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기념식에 앞서 오후 4시부터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음악인들이 꾸미는 ‘청년 문화난장’이 펼쳐진다. 오후 2~6시 광복로 ‘차 없는 거리’에선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라’는 주제로 여성·환경·노동 등 부산의 다양한 현안을 시민들이 공유하는 민주주의 박람회가 열린다. 6월 민주항쟁부터 지난해와 올해의 촛불 시민혁명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특별 공간도 마련한다.
부산 와이엠시에이(YMCA) 대강당에선 저녁 7시30분 ‘지방자치와 지역사회운동’(8일), ‘전환기의 통일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15일), ‘촛불 이후의 부산지역 사회운동’(22일) 등 주제로 학술대회가 이어진다. 3일 오후 6시 부산대 10·16기념관에선 노래패 우리나라와 함께 하는 공연 ‘유월의 노래, 촛불의 노래’가 열린다. 9일부터 부산민주공원과 부산가톨릭센터에선 민중미술전이 시작된다.
지난해 6월 민주항쟁 29돌 기념행사 당시 시민들이 민주주의 박람회장에 전시된 전시물을 보고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시민 참여행사도 열린다. 10일 오후 4~6시 용두산공원을 출발해 광복로 시티스폿까지 걷는 ‘민주 깃발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9월16일 오후 2시 부산시민공원에선 청년들이 꿈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부글부글 청년평의회’가 열린다. 9월말엔 6월 민주항쟁 표석 설치와 제막식을 한다. 표석은 6월 민주항쟁 때 시민·학생들이 점거농성을 벌이며 투쟁을 호소했던 부산가톨릭센터와 서면교차로 2곳에 세워진다.
추진위원회는 30돌 기념사업에 사용될 가입비 1만원을 내는 시민추진위원 1987명을 모집한다. 김종세 추진위 상임공동대표는 “올해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 정부를 탄생시킨 역사적인 해이므로 6월 민주항쟁 기념식의 의미가 크다. 시민추진위원으로 적극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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