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골목 상인들이 부산 연제구청 들머리에서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대표(가운데)와 지역상인들이 이마트타운 연산점 영업 허가를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가 들어서면 골목 상인들은 다 죽습니다.”
1일 부산 연제구청 들머리에서 상복을 입고 단식농성을 벌이던 김광원(50)씨는 “식자재 유통업을 하고 있는데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30여명의 직원을 감원하거나 해고해야 한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보다 실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단식에 들어간 3명은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대표와 연제구 상인들이다. 이 대표는 지난 30일부터 단식을 벌이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날마다 2명씩 번갈아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제구가 대형마트 영업 허가를 철회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제구와 지역상인들의 갈등은 2014~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연제구가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수 없는 2종 일반주거지역인 연산동 137-5번지 임야 1만9814㎡를 대규모 점포 개설이 가능하도록 용도를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대규모 점포 개설이 가능하게 되자 이마트는 30년 동안 이곳을 임대해 지하 6층, 지상 4층, 연면적 9만9600㎡의 건물을 지어 이마트, 전자·외식전문업체, 문화센터 등이 들어서는 ‘이마트타운 연산점’을 짓겠다고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해 6월 연제구에 대형마트 개설등록 신청을 했다. 연제구는 9명으로 꾸려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 의견을 물었다. 협의회는 지난 26일 5차 회의에서 투표를 했다. 참석한 8명 가운데 찬성 6명, 반대 1명, 무효 1명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연제구는 1일 이마트 쪽에 이마트타운 연산점의 영업을 허용한다고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마트타운 연산점에서 반지름 3㎞안에서 장사를 하는 1164명이 가입한 ‘연제구 이마트타운 입점저지비상대책위원회’는 자문기구 성격의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제구가 위원으로 위촉한 전통시장 상인회 회장 2명이 이마트로부터 금품을 지원받기로 이면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위원인 대학교수는 제자들을 데리고 이마트 매장을 찾아가 수업을 할 정도로 이마트와 특별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연제구는 “유통산업 발전법에선 대규모 점포 개설과 관련해 갈등을 빚는 당사자들을 협의회 회원으로 위촉해 상생방안을 찾도록 하고 있으며 임기 2년인 위원을 중간에 해임하려면 금고 이상의 형 선고나 6개월 이상의 출타, 직무 태만과 품위 손상 등일 때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 창출 효과를 두고도 엇갈린다. 이마트는 연제구에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에서 정규직 400명과 하청업체 150명 등 550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부경대 글로벌물류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마트타운 연산점이 들어서면 9074개 업체가 직접적 영향을 받아 1조3747억원의 매출이 감소하고 5000명의 실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마트가 들어섰을 때 창출되는 고용인원에 견줘 매출 타격으로 입는 감소하는 고용인원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연제구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섯 차례나 협의회를 열었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영업 허가를 했다”고 말했다. 이정식 대표는 “연제구가 마음을 먹고 특혜성 용도변경을 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위원 3명을 해임하라고 했는데도 회의를 강행했다. 행정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현재 연제구엔 대형마트 3개가 있다. 이마트타운 연산점 예정지로부터 반지름 3㎞안에는 대형마트 5개 등 10개의 대규모점포가 영업 중이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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