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진실한 배경, 정황, 책임이 올바로 밝혀지고, 국민의 올바른 역사이해가 바로 서고, 더 나아가 관계되는 나라들의 역사인식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참된 진리와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인간다운 민주주의 사회로 발돋움해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가 2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2회 제주포럼의 4·3세션에서 “제주4·3의 진실과 책임이 밝혀져야 대한민국이 민주사회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제1회 제주평화포럼(‘제주포럼’의 전신)이 시작된 이후 올해 12회째를 맞은 제주포럼에 ‘4·3세션’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주교는 이날 ‘4·3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라는 기조발표를 통해 “그동안 11차례나 제주에서 평화를 말하는 제주포럼이 개최됐지만, 제주도민들이 현대사에서 겪어온 고난과 압박, 희생의 역사에 대한 언급도, 성찰도 생략된 채 세상의 평화를 논하고 토론해왔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그러면서 “이제라도 제주사람들이 살아온 현대사의 궤적을 돌아보고, 외부로부터의 강압과 폭력으로 인간 존엄과 품위를 박탈당하며 공포와 억압에 짓눌려 살아온 세월을 공유하고 성찰하는 일은 모든 사람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4·3 당시 사회적 불안정과 혼란을 고려해도 제주도민 전체를 향한 무차별적 폭력의 원인과 배경,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역사적 정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 전체가 집단적 폭력에 가담했거나 방조한 피의자의 혐의를 벗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포럼 개막식 영상 축사에서도 제주4·3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만명의 선량한 주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무고하게 희생됐다. 세계적인 냉전시대의 최전선에서 겪었던 고통이었다”며 “진상규명에 이어 2006년 대통령이 직접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를 대표하여 공식 사과했다. 새 정부는 앞으로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남아 있는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