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1시 솔잎혹파리먹좀벌 4만마리가 서울 남산공원에 날아들었다. 지난 4월부터 남산공원에 솔잎혹파리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게 번지자 이를 막기 위해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이 새벽부터 급히 고속철도(KTX)에 태워 보낸 곤충들이다. 서울시는 5000마리씩 8개의 방사통에 나뉘어 담긴 솔잎흑파리먹좀벌들을 남산타워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산자락에 방사했다.
솔잎흑파리먹좀벌은 솔잎혹파리 알에 기생해 유충을 죽이고 번식을 막는 솔잎혹파리의 천적이다. 1970년대 솔잎혹파리가 맹위를 떨칠 무렵엔 전국적으로 보급됐지만, 그 피해가 줄면서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에서만 인공 사육해왔다. 경북은 송이 산지가 많아 솔잎혹파리병이 생겨도 농약 살포가 어려운 탓에 2008년부터 다시 솔잎혹파리먹좀벌을 키워왔다. 솔잎혹파리는 솔잎에 벌레혹을 만들고 수액을 빨아먹어 솔잎의 생장을 막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몇 년 뒤엔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치명적인 해충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침엽수림이 몰려 있는 백두대간 자락을 타고 번식했다. 천적인 솔잎혹파리먹좀벌이 서울에 방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남산 일대 솔잎혹파리로 소나무가 시들어가는 모습 서울시 제공
최근 솔잎혹파리는 주기적으로 번식하기보다는 돌발적·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 고상현 박사는 “보통 눈으로 봐서 소나무 30% 정도가 변하면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는데, 남산은 4월에 조사했을 때 50~60% 정도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농약을 살포하면 시민들의 공원 이용에 지장을 주는데다, 이미 소나무재선충병을 막기 위해 나무주사를 맞고 있는 상황이어서 천적 방사를 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솔잎혹파리먹좀벌은 솔잎혹파리에만 기생하고 벌침이 없어 사람에겐 피해를 주지 않는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 손성길 지방녹지연구사는 “농약을 뿌리면 금세 효과가 나타나지만 다음해 도로 재발하고, 천적을 키우면 효과는 느리지만 2~3년 뒤엔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서울 남산도 내년쯤 돼야 솔잎혹파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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