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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치르며 얻은 평화…지키려면 발전도 추구해야 해요”

등록 2017-06-05 20:02수정 2017-06-05 21:19

똔느티 닌 호치민시평화발전재단 이사장
지난달 29일 제주 강정마을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방문한 똔느티 닌 베트남 호치민시평화발전재단 이사장이 ‘베트남 피에타’ 동상을 만져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주 강정마을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방문한 똔느티 닌 베트남 호치민시평화발전재단 이사장이 ‘베트남 피에타’ 동상을 만져보고 있다.

“사회적 긴장이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평화와 발전은 함께 추구해야 합니다. 평화 발전은 양립 가능한 것이지요. 빈곤은 심각한데 발전이 없다면 사회적 평화나 사회통합 등 진정한 평화를 성취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제주포럼 참석차 제주에 온 베트남 호치민시평화발전재단(호평단) 똔느티 닌(70)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여성 외교관이자 정치인 출신인 그가 3년 전부터 호평단을 이끌고 있다.

닌 이사장은 제주 방문 첫날 한베평화재단 이사장 강우일(천주교 제주교구장) 주교를 면담하고, 강정마을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 세운 ‘베트남 피에타’상을 찾았다. “제주에 오기 전 호치민에서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를 만나 호평단과 한베평화재단의 협력방안에 관해 얘기했어요. 그리고 베트남 언론을 통해 제주에 피에타상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포럼 참석 때 꼭 방문하자고 마음먹고 찾게 됐어요.”

제주포럼 참가…베트남 피에타상 방문

1973년 파리 평화협상때 통역 맡아

‘평화 교육’ 미디어 통해 다양한 캠페인

“고엽제 주범 몬샌토의 지엠오도 대응”

호평단은 올해 고엽제 피해자와 장애인 지원을 위한 기금모금운동과 젊은 세대를 위한 평화문화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 2가지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을 펴고 있다. 기금모금운동은 외국의 다양한 개인과 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자선단체(APC)와 협력해 내년 3월 자선사업 라운드테이블을 조직할 계획이다.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평화교육은 호평단의 주요 관심사다. 그는 “베트남은 오랜 기간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평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유네스코 평화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서의 대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을 통한 교육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즘 베트남 젊은 세대들이 돈을 인생의 전부로 보고 벼락출세나 창업하려는 분위기가 있지만 성공률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역동적이고 열정이 있다”고 말한 그는 그들에게 삶의 가치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평화문화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활동을 위해 재단은 촉매자이자 연결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관련 단체들을 네트워킹화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고엽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학생들에게 자원봉사를 요청하고, 장애인들을 위해 잘 조직된 엔지오들을 활용합니다. 엔지오들을 위한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센터도 있지요. 우리는 뜻있는 시민들을 같은 목적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자이기도 합니다.”

평화발전재단은 처음 하노이(하평단)에 먼저 설립됐다. “1973년 파리 평화협상 당시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 대표와 베트남 부주석 출신 유명 여성 정치인인 응우옌티 빈이 전쟁의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평화를 얻은 베트남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했어요.”

닌 이사장은 파리 평화협정 당시 빈의 영어통역을 맡은 인연이 있다. 그러나 하평단과 호평단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하평단이 세미나 조직과 연구하는 싱크탱크 형태라면, 호평단은 여론 환기를 위해 토크쇼와 콘퍼런스, 인터넷 등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일깨우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엔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수입되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콘퍼런스를 조직하고, 전례 없는 가뭄이 발생해 메콩 삼각주에 있는 베트남 농민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자 인접 국가들을 상대로 메콩강의 지속가능한 사용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도 했다.

“몬산토는 베트남전쟁 때 고엽제를 만들어 베트남인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 그런데 그 회사가 데칼브라는 이름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들이 우리 농민들에게 유전자조작종자를 팔고 있다”고 비난했다. 닌 이사장은 지난해 6월 호치민시에 설립될 예정이던 베트남 풀브라이트대학의 이사장으로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책임이 있는 봅 커리 전 미국 상원의원이 선임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베트남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그는 ‘부부가 한마음이면 동해 바닷물을 다 퍼낼 수 있다’는 베트남의 격언을 소개하며 “이는 남녀평등을 의미한다. 베트남 역사 속에서 여성 영웅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베트남 여성들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소기업 경영자 가운데 30%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하지만 정부와 당에서는 과소평가돼 고위직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점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그는 매년 9월21일은 세계평화의 날이라며 내년 세계평화의 날 직전 토요일 호치민시에서 이를 위한 행사를 하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닌 이사장은 주벨기에, 룩셈부르크 대사와 유럽연합(EU) 특명전권대사 등을 지냈고, 베트남 제11대(2002~2007년) 국회 외교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베트남평화위원회 부주석, 호치민시평화위원회 주석, 베트남 교육과 사회 연구 센터장 등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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