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서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 2~3세
하승창 대통령실 사회혁신수석 만나
4세 강제출국 따른 가족 이산 고통 호소
문 대통령, “독립운동가 후손” 언급 주목
하승창 대통령실 사회혁신수석 만나
4세 강제출국 따른 가족 이산 고통 호소
문 대통령, “독립운동가 후손” 언급 주목
옛 소련 연해주에서 살다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뒤 고국으로 돌아온 동포들, 이른바 ‘고려인’(<한겨레> 5월2일치 12·13면)들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만나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한다. 고려인이 청와대 관계자와 직접 만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올해는 고려인들이 강제이주 당한 지 80년이 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뒤집힌 현실을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발언해 이번 만남의 결과가 주목된다.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국민위원회’(고려인위원회)는 오는 9일 서울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국내에 체류 중인 고려인들이 하승창 대통령비서실 사회혁신수석과 만난다고 6일 밝혔다. 국민인수위원회는 모든 국민이 새 정부에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소통창구로,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의 지시로 설치했다.
이날 만남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떠돌다 국내에 체류 중인 고려인 2~3세 3명과 고려인위원회 관계자들이 하 수석을 만나 옛 소련 해체 뒤 고려인의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은 잘못된 ‘재외동포법’과 ‘고려인특별법’으로 국내 체류 중인 고려인 4세들이 어른이 되는 즉시 강제 출국해야 하는 문제를 호소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체류 중인 고려인 4세들은 대부분 19살 미만 미성년자인데, 재외동포법상 ‘동포’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고려인 부모를 따라 입국했다가 19살이 넘으면 한국을 떠나야 해 가족들의 생이별이 계속되고 있다. 3세까지는 법률상 ‘동포’에 포함돼 동포비자를 받을 수 있으며, 취업을 통한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고려인 고려인 동포들의 처우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국민위원회는 지난달 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쪽 김상곤 선거대책본부장을 만나 “국내 체류 고려인과 그 자녀들은 외국인으로 분류되어 보육·의료·교육 과정에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고, 당시 김 본부장은 “역사의 아픔을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고려인특별법 개정을 끌어내겠다”고 답했다.
고려인은 일제 때 소련으로 이주해 현재 러시아 등 옛 소련 국가들에 거주하는 한민족 동포를 뜻한다. 항일 독립운동의 거점 중 하나였던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에 주로 거주했던 이들은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일대로 흩어졌다. 고려인들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해 현재 4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만2천여명이 반월·시화 등 중소형 공장이 몰려 있는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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