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로 발신번호가 변경된 ‘070 대포전화’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넘겨받아 범죄에 사용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넘겨받아 범죄에 사용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유령법인’ 명의로 이른바 ‘대포전화’를 개통한 뒤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해 전화금융사기를 도와준 혐의(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별정통신사 대표 ㄱ아무개(52)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대포전화 개통에 필요한 유령법인을 만들어 준 혐의(사기방조)로 조직 총책 ㄴ아무개(58·여)씨와 유령법인 대표 ㄷ아무개(21)씨 등 2명을 사기방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유령법인 개설 조직원 ㄹ아무개(36)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별정통신사 대표 ㄱ씨는 14개 중국대리점으로부터 고객정보를 전달받아 본인 인증 없이 3400여개의 070 인터넷전화를 개통했다. 이어 시내전화로 오인할 수 있는 ‘02-xxxx-xxxx’로 발신번호를 변경해 공급하면서, 발신번호 변경서비스와 통신비 대납 등의 대가로 2년여 동안 3억6천만원 상당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렇게 개통된 전화번호로 마치 한국 내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하는 수법으로 77명의 피해자로부터 10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유령법인 개설조직 총책 ㄴ씨는 노숙인이나 신용불량자 등에게 돈을 주고 명의를 빌려 유령법인 5개를 설립한 뒤, 사업자등록증 등을 만들어 중국내 조직원에게 전달해 ㄱ씨의 별정통신사에서 대포전화 개통에 활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내 보이스피싱 조직과 결탁한 별정통신사 대표를 구속한 첫 사례다. 전화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기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은 범행에 필요한 대포전화가 국내 별정통신사로부터 쉽게 개통돼 발신번호 변경서비스까지 되고 있는 점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별정통신사업자’란 에스케이텔레콤(SKT) 등 이동통신 3사의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이용해 통신업무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자본금 3억원 이상, 기술인력 1인 이상, 교환기 등 설비를 갖춰 미래창조과학부에 등록한 사업자를 말한다. 지난해 말 현재 등록된 별정통신사업자는 570개에 이른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