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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법회의 ‘뚝딱’ 옥살이 2530명 “판결문도 없는 비정상적 재판”

등록 2017-06-13 14:10

제주4·3 수형자 재심 가능할까
재판 기록도 기소장도 행방 묘연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가 유일
증언집 보면 ‘재판 불법성’ 뚜렷
“재심 통해 사실관계 가려내야”
제주4·3 당시 불법 계엄 군사재판으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중 생존한 18명이 지난 4월19일 제주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4·3 당시 불법 계엄 군사재판으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중 생존한 18명이 지난 4월19일 제주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4·3 당시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법회의는 크게 2차례 진행됐다. 1차는 1948년 12월3~27일 12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2차는 1949년 6월23일~7월7일 10차례 열렸다. 1, 2차를 합쳐 사형 384명, 무기 305명, 나머지는 금고형을 포함해 징역 1~20년을 선고받았다. 1948년에는 구 형법 제77조(내란죄) 위반, 1949년에는 국방경비대법 제32·33조(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 및 간첩죄) 위반죄를 적용했다. 1, 2차에 걸친 군법회의로 다른 지방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제주도민은 2530명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형무소에서 학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지석은 3806기(제주에서 행방불명된 1956기 포함)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군사재판의 재판 기록은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군법회의의 유일한 자료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정치국민회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던 1999년 정부기록보존소를 통해 공개한 ‘군법회의 수형인명부’(군법회의 명령)가 전부다.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는 “민간인 대상 군법회의에서 총 2530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고, 사형과 무기징역형만 하더라도 각각 384명, 305명으로 단일 사건으로는 사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재판인데도 불구하고 국회·정부 등에서 논의되지 않았고, 신문에도 전혀 보도된 바가 없었다는 점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이는 군법회의를 주관한 제주도계엄지구사령부와 제2연대가 재판을 실행하지 않았거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형식적 재판으로 일관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4·3수형인’ 재판의 불법성을 처음 알린 책은 제주4·3연구소가 2002년 발간한 증언집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자들>이었다. 이 증언집은 정부의 제주4·3위원회가 4·3수형인들을 희생자로 인정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재심 청구를 위해서는 원심 판결의 등본, 증거자료,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기소장과 판결문 등의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번 재심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청구에 큰 역할을 한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4·3 당시 수형생활을 한 사람들 가운데 거동이 가능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18명을 선정해 가족의 동의를 받아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수형인 문제는 역사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당시 국가가 어떻게 했는지 공식 기록에 근거해 사실관계를 가려 달라는 것이다. 재판 자체는 해보지 않은 재판이지만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주면 이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장완익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원칙적으로 정상적인 재판이었다면 판결문 등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전혀 찾지 못했다”며 “기록이 있어야 절차적으로 불법구금인지 고문당한 건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재심으로 다퉈보자고 해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당시)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처음부터 판결문을 작성하지 않고 별로 신경쓰지 않은 것 같다. 약식재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수형인명부는 판결 선고일과 죄명이 나오는 정도다. 구체적인 사건번호도 없다. 재심 청구가 재판 절차를 통해서 판결문을 찾아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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