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께 대구 동구 효목동 단독주택 앞마당에서 김덕규씨가 열매가 맺힌 바나나 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대프리카 이젠 진짜 현실이다. 바나나가 자람. 이제 대구에서도 바나나 자연 수확 가능함ㅋㅋㅋㅋ.’
지난 11일 오후 4시9분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는지금>에 바나나 열매가 열린 사진 몇장과 함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순식간에 댓글이 2000개 넘게 달릴 정도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덥기로 유명한 대구에서 정말 자연적으로 바나나 열매가 자란 것일까?
13일 오후 4시께 기자가 찾은 대구 동구 효목동 단독주택 앞마당에는 실제 바나나 나무에 꽃과 열매가 맺혀 있었다. 바나나 나무를 심은 김덕규(44)씨는 이곳에서 삼계탕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4년 전 관상용으로 바나나 나무를 심었는데 지난해 9월 꽃이 잠깐 폈다가 찬바람에 금방 졌다. 올해는 5월 말에 꽃이 피더니 처음으로 열매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기해서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가 에스엔에스에서 화제가 됐다. 겨울철에는 나무 줄기를 자르고 뿌리가 있는 땅 위를 비닐 등으로 덮어 보온을 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4시께 대구 동구 효목동 단독주택 앞마당에 있는 바나나 나무에 열매가 맺혀있다.
열대과일인 바나나 성장에는 여름철 최고 기온보다는 겨울철 최저 기온이 더 중요하다. 대구·경북의 지난 겨울(2016년 12월~2017년 2월) 평균기온은 2.1도로 평년에 견줘 1.4도 높았다. 대구·경북의 지난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대구는 지난달 평균기온이 19.4도로 평년보다 높았다. 지난달 29일 대구의 최고기온은 35.9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임찬규 연구사는 “바나나는 겨울철 최저온도가 10도 이상으로 유지돼야 재배가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시설하우스 가온 재배가 아니라면 열매가 맺기는 불가능하다. 만일 일반 가정집 앞마당에서 바나나 열매가 맺혔다면 아주 특이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대구/글 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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