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한국인 의사가 운영한 최초의 병원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삼성병원 옛터에 세워진 기념비.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경남에서 한국인 의사가 운영한 최초의 병원인 삼성병원의 옛터에 이 병원을 세웠던 지전 김형철(1891~1965) 선생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에서 태어나 일본 오카야마 의전을 졸업한 김형철 선생은 1918년 10월20일 자신의 집 근처이면서 당시 마산의 중심지였던 동성동에 삼성병원을 세워, 1957년 3월15일 폐원할 때까지 39년 동안 병원을 운영했다. 그가 병원을 열 당시 경남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여럿 있었으나, 한국인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병원을 열고 다음해 봄 3·1운동이 일어나자 경남 함안 군북과 마산 삼진 등에서도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한국인들은 마땅히 치료받을 곳이 없었다. 결국 많은 부상자들이 일본경찰의 눈을 피해 삼성병원을 찾았고, 김 선생은 부상자들을 병원 내실과 지하실에 숨겨서 무료로 치료를 해줬다. 또 병원에 찾아오기 어려운 부상자를 위해 왕진가방을 들고 부상자를 찾아다니며 치료해주기도 했다. 1927년 신간회가 발족하자, 이 단체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병원 폐원 이후 건물은 헐리고, 현재 병원 터에는 한국투자증권 마산피비센터가 들어서 있다. 경남에서 한국인이 운영한 최초의 병원인 삼성병원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창원시 마산의사회는 15일 삼성병원 옛터에 기념비를 세웠다.
김형철 선생 관련 기록을 찾고있는 김익권 전 마산시의원은 “김 선생과 옛 삼성병원의 제대로 된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아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김 선생을 기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김 선생과 관련된 자료를 계속 발굴해 애국지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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