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경인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가 교차하는 양평유수지 아래 제물포터널공사가 진행중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일 오후 5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서부간선도로와 접한 양평유수지 쪽에 ‘쿵’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여의도동까지 지하로 이어지는 서울제물포터널을 뚫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는 소리다. 발파 소리에 맞춰 300m 넘게 떨어진 아파트 창문들이 일제히 ‘챙챙챙’ 하는 금속성 소음을 내며 1~2초 동안 흔들렸다.
양평동에 사는 주민 정상일(60)씨는 “하루에 4번씩 발파로 방 안쪽 창문까지 모두 흔들리는 진동을 느끼는데도 건설사는 법적 기준에 못 미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이 동네는 10㎞ 길이, 70m 깊이로 건설되는 서부간선지하도로와 7.53㎞ 길이 제물포 터널이 교차하는 곳이어서 지하도로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이 크다.
앞서 올 3월 개통한 수도권 제2외곽고속도로 구간인 인천김포고속도로 지하터널 발파 공사 때는 이 지하도로 근처 아파트에 물이 차오르고 벽과 바닥에 균열이 생기는 일이 있었다. 지하 70m, 길이 5.4㎞ 인천김포고속도로 지하터널도 같은 다이너마이트 발파 방식으로 건설됐다. 더구나 완공된 이 터널의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알려져 서울 영등포구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까지 커지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진출입구에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제물포터널 진출입구 500~600m 거리엔 3개의 초·중·고교가 있다.
또 애초 서울 영등포구에 건설되는 2개의 지하도로도 인천~김포 구간처럼 매연을 모아 환기구로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의 반대가 높아지자 지난해 서울시는 환기구 방식을 전면 철폐하고 예산을 늘려 지하에서 필터로 공기를 정화하는 바이패스(전기집진기) 방식으로 바꿔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는 공기 정화 방식으로 변경한 설계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설계도가 없는 공사는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물포서부간선지하도로 환기구백지화’ 비상대책위원회 구교현 위원장도 “서울시조차 감사원 보고서에서 ‘전기집진설비가 이론상 효율은 좋으나 복잡한 구조로 유지·관리가 어려워 성능 유지가 되지 않는다’고 인정한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 위원장은 또 “도심 한복판을 뚫고 지나가는 지하도로는 안전과 환경에서 기존 산을 관통하는 터널 도로와는 명확히 다르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6월 ‘도심지 지하도로 지침’을 발표했으나, 발파·먼지 관리 등 구체적 내용은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 서부간선도로를 시작으로 서울 동부간선도로,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서울 구간 지하화 등 서울엔 지하도로 건설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과 지하도로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매연이 예상되는 지하도로이므로 지하철과는 품질·용량에서 비교도 안 되는 정화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며, 주민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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