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상임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를 돕고 소녀상을 자치단체가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부산 소녀상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가 발의된 지 넉 달 만이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위원장 이진수)는 23일 오후 2시 회의를 열어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의 일부 조항을 수정해 가결했다. 수정된 조항은 6조1항으로, 월 생활보조비를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고 설과 추석에 50만원씩 지원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현재 부산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1명 있다.
수정된 조례안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일본영사관 앞 등 소녀상이 있는 부산의 3곳을 자치단체가 관리할 수가 있다. 소녀상을 훼손하는 낙서를 하거나 쓰레기를 일부러 버리는 등의 행위를 의지만 있으면 자치단체가 단속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조례안은 지난 2월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애초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오후 2시 조례안을 상정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연기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주도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상임위가 열리기 하루 전날 서병수 부산시장한테 전화를 걸어 “문희상 특사가 일본을 방문한 날 상임위가 열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부산시가 부산시의회에 협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조례안 상정이 연기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정 의원이 지난달 19일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소녀상 조례안 상정을 막았다”고 비판하자 박재본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재민 부산시 행정부시장에게 직접 연락해 확인한 결과 문희상 일본 특사가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에게 조례 상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고 최 위원장이 그 내용을 박 부시장에게 전달했다. 민주당의 요청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태가 마치 자유한국당의 문제인 양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박 부시장에게 전화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박 의원이 사과 성명을 내지 않으면 법적 조처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박 부시장의 말을 확인하지 않고 최 위원장을 언급한 것은 나의 잘못이지만 내가 본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은 박 부시장에게서 분명히 들었다. 내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 박 행정부시장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행정부시장은 “박 의원과 통화를 했는데 문희상 일본 특사 쪽에서 최인호 위원장과 접촉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만 했다. 소녀상 보호 조례와 관련해 최 위원장과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녀상 조례안은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박 시의원과 박 행정부시장의 진실게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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