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과 전동차 안 미세먼지가 지상보다도 1.7배나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한 시민의 모습. 서울환경연합 제공
서울 지하철 역과 전동차 미세먼지 농도가 지상보다도 훨씬 심각한데도 실내공기질 관리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해 개선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환경운동연합(서울환경연합)이 2016년 서울지하역사 278곳의 공기질 자료를 분석해보니, 2016년 서울지하역사 278곳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81.2㎍/㎥로 같은 기간 서울시 지상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인 48㎍/㎥보다 1.7배 가량 높았다. 특히 지하역보다도 지하철 전동차 안 미세먼지가 더 나빠 5~8호선의 경우 전동차 안 미세먼지의 평균 농도는 121㎍/㎥로 지상의 2.5배에 달했다. 노선 가운데는 5호선이 142.2㎍/㎥으로 가장 높았으며, 6호선(124.4㎍/㎥), 8호선 (115.6㎍/㎥), 7호선 (101.7㎍/㎥) 순이었다. 서울메트로가 관리했던 1~4호선 차량 안 미세먼지는 지난해엔 측정되지 않았다.
이번 분석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9호선에서 측정한 지하철 공기질 현황 자료를 종합한 것으로 가장 미세먼지가 심각한 공덕역과 버티고개역은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116.2㎍/㎥에 달했으며 미세먼지 ‘나쁨’(81~150㎍/㎥)에 해당하는 역사는 278곳 중 142곳이었다.
지하철 미세먼지가 갈수록 악화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역사가 지나치게 깊게 지어져 정화가 어려운데다 도로 표면에 환기구를 만들어 지상에서 자동차 배출 오염 물질들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말했다. 전동차 안 미세먼지가 높은 이유에 대해 서울연구원 김운수 박사는 “스크린도어 설치 뒤 통풍이 안 돼 선로 쪽 공기질이 플랫폼이나 통로 쪽보다 훨씬 열악해졌다”고 했다. 김 박사는 “터널 안쪽에서 집중적으로 분진 청소 열차를 운행하고 그날의 공기질에 따라 공기 공급·배출 비율을 조정하는 등 정확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하철 역과 전동차 안의 공기질에 대한 관리는 부실하다. 각각 1년 1회, 2년 1회씩 측정하도록 돼있는데다 유지 기준도 150㎍/㎥으로 느슨해 관리는 커녕 정확한 원인 진단조차도 어렵다. 서울환경연합 한자원 활동가는 “역사는 150㎍/㎥, 객실 안 200㎍/㎥으로 된 지금 기준은 세계보건기구 하루 기준치 50㎍/㎥은 물론 환경부가 정한 목표치인 70㎍/㎥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낮다. 먼저 기준을 높이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지하철 미세먼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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